■ 책 소개
컬러, 패션, 인간을 파고드는 지적 여행!
10가지 컬러와 패션이 들려주는 화려한 이야기의 향연
우리는 다채로운 컬러의 시대에 살고 있다. 다양한 색채는 인류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쳐 왔다. 문화에 따라 태어날 때부터 남자와 여자는 다른 색의 옷을 입고, 죽음을 맞이할 때도 정해진 색의 수의가 입혀진다. 이렇게 컬러는 국가별, 시대별로 다른 의미가 있다.
빨간 드레스 효과를 아는가? 최신 연구에 따르면 빨간 옷은 특히 여성이 입었을 때 욕망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다른 색상의 옷을 입었을 때보다 더 많은 남성의 관심을 끈다. 로체스터 대학교의 색상 심리 실험에 따르면 빨간색 옷을 입거나 붉은 색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여성은 남성들로부터 더 매력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외에도 저자는 칵테일 파티에서 녹색 드레스를 입으면 어떤 의미가 있고, 여성 정치인이 흰색 바지 수트를 입으면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등 10가지 컬러에 담긴 숨겨진 상징성과 컬러에 따른 패션의 역사를 치밀하게 탐구한다. 시대와 세계를 넘나들며 컬러에 얽힌 역사적 사건과 각 컬러가 가진 상징이 변화해 온 과정을 저자와 함께 여행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과 장소, 상황에 어울리면서도 자신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컬러를 찾게 되고, 패션 센스를 갖추게 될 것이다.
■ 저자 캐롤라인 영
글래스고 대학교에서 영어와 영화 및 TV 연구를 공부한 후 호주 브리즈번에서 저널리즘 석사 학위를 받았다. 또한 헤럴드 스코틀랜드(Herald Scotland)에서 패션 작가 및 보조 디지털 편집자로 일하면서 스코틀랜드 패션 산업과 패션의 역사에 대한 통찰력을 얻었다.
1990년 토론토에 본사를 둔 그래픽 디자인 회사 햄블리와 울리(Hambly & Woolley)를 창업했다. 그 이전부터 오랜 기간 《뉴욕타임스》, 《타임》, 《선데이 매거진》 등 많은 매체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기도 했다. 또한 북미 전역에서 수많은 수강생에게 디자인과 관련된 강의를 하면서 초빙대상 1순위의 실력 있는 강사로 인정받았다.
지금은 컬러 스터디(https://www.colourstudies.com/)라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며 사진, 미술, 저술 분야에도 집중하고 있다. 컬러는 그의 모든 활동에서 필수적인 부분이다. 할리우드의 황금기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며, 이번 책을 위해 로스앤젤레스의 기록보관소에서 영화사 및 의상에 관한 조사 활동을 광범위하게 펼쳤다.
패션과 영화사 전문 작가로 꾸준히 글을 써 오고 있으며, 《타르탄(Tartan)》, 《트위드(Tweed)》, 《스타일 트라이브스(Style Tribes)》, 《클래식 할리우드 스타일(Classic Hollywood Style)》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했다. 또한 인사이트 에디션(Insight Editions)의 《히치콕의 여주인공들(Hitchcock.s Heroines)》과 더히스토리 프레스(The History Press)에서 출간한 《로만 홀리데이(Roman Holiday)》의 저자이기도 하다.
■ 역자 명선혜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통역번역학을 전공했다. 한영국제회의통역사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다수의 클래식 음악 분야 통번역 경력을 통해 거의 준전문가 수준의 전공 지식이 있으며 현재는 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브랜드 경험의 본질》, 《쓰레기의 정치학》, 《더 스타트》, 《성공하는 여자의 자격》 등이 있다.
■ 차례
Introduction
BLACK
PURPLE
BLUE
GREEN
YELLOW
ORANGE
BROWN
RED
PINK
WHITE
참고문헌
BLACK
패션에서 블랙은 새로운 해석과 의미를 부여하는 하나의 캔버스다. 1950년대 급진적인 보헤미안이라 불린 사람들은 하나같이 검은색 폴로 목티를 입고 미국의 반체제 문화의 성역인 그리니치 빌리지의 허름한 술집에 모여 비트를 즐겼다. 1990년대 이후 블랙은 누구나 쉽게 입을 수 있는 주요 패션 아이템이 됐다. 이러한 차림의 패션은 평범함을 추구한다는 뜻에서 ‘놈코어’라 불렸다.
시대를 초월하여 세련된 멋을 내는 블랙은 상복으로 입으면 슬픔과 상실을 나타낸다. 무솔리니의 블랙 셔츠는 파시스트적 위협을 나타내고, 미국의 흑인 무장 조직인 흑표당의 블랙 베레모는 흑인 인권을 옹호하는 강력한 표상이 되었다.
블랙은 표현의 부재, 즉 표현의 자제를 상징하며 결과적으로 더 많은 것을 표현하기도 한다. 펑크 음악의 대부 말콤 맥라렌은 “블랙은 불필요한 장식에 대한 공개적 비난입니다. 허무주의, 지루함, 공허함을 상징하는 것이 바로 블랙이죠.”
색상으로서의 블랙
블랙은 물체가 가시적 파장을 삼켜 색 스펙트럼의 모든 빛을 흡수하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 눈에 보인다. 그러므로 엄격하게 말하면 검은색은 존재하지 않는 색이다. 블랙을 색상으로 인정할 수 있느냐는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지만 적어도 블랙이 가장 오래된 색소 중 하나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중세 초기 기독교는 엄격한 도덕규범을 내세워 지나치게 화려한 옷차림을 죄악으로 간주하며 소박한 검정 옷을 입는 사람을 의로운 사람으로 여겼다. 1346년 흑사병이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전멸시키자 예술은 해골과 귀신같은 으스스한 공포 이미지로 당대의 희생과 고통을 표현했다.
스칼렛 실크 컬러가 15세기 이탈리아 초상화의 특징이라면,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에는 부와 고상함을 나타내는 검은색이 주를 이뤘다. 르세상스 시대의 패션을 연구한 폴라 호티 에리히센이 1550년과 1650년 사이 베네치아, 피렌체, 시에나 지역에서 나온 유물을 조사한 결과 공예 장인의 의복 중 40% 이상이 블랙이었다.
루카스 데 헤레의 초상화에 담긴 메리는 금색 치마 위에 검은색 가운을 걸치고 왕좌에 앉아 있다. 펠리페는 검은색 더블릿(14~17세기에 남성들이 입던 짧고 꼭 끼는 상의)과 금색 반바지를 입고 그녀 옆에 서 있다. 그들의 의상은 웅장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검은색을 통해 도덕적 경건함과 종교적인 상징성을 표현했다.
팜므파탈
검은 옷을 입은 여성은 주로 과부를 상징하지만 빅토리아 시대에 들어 블랙은 이브닝드레스의 컬러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팜므파탈적 묘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블랙 드레스의 관능적인 힘은 필연적으로 그 옷을 입은 여성의 몰락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레오 톨스토이의 원작 소설 영화 <안나 카레니나> 속 안나는 검은 옷을 입고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무도회에 참석한다. 그녀의 아름다움과 자신감을 드러낼 색은 검은색밖에 없었다. 단순하고, 소박하고, 자연스럽고, 우아하면서도 쾌활하고 열정적인 그녀에게 블랙은 자유를 주고 도전을 불러일으킨다.
안나처럼 도덕적으로 타락한 여성과 블랙 컬러를 연관 짓는 것은 다른 영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할리우드는 악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담기 위해 초창기부터 블랙을 사용했다. 영화 <신>의 여주인공인 테다 바라는 검은 옷을 입은 뱀파이어에 영감을 얻어 긴 검은 머리와 끈이 없는 블랙 드레스를 선택하였다. 블랙 새틴을 입은 팜므파탈은 제2차 세계대전 말 누아르 장르에서 한때는 천사였으나 몰락한 존재로 등장한다.
영화 <블랙 스완>은 악한 유혹의 이미지를 검은색으로 제대로 살렸다. 영화 의상 디자이너인 에이미 워스트콧은 주인공 니나의 발레 의상에서 위축된 소녀스러움은 핑크와 화이트로, 마음이 뒤틀리고 괴로워하는 모습은 블랙과 그레이 컬러를 적용해 심경의 변화를 드러냈다. 검은 백조가 입은 검은 깃털과 검은 발레 스커트는 니나의 어두운 면을 온전히 감싸 안아, 그녀의 마지막 여정을 향해 가면서 정점에 다다른다.
YELLOW
노란색은 꽃잎을 활짝 피고 햇볕을 정면으로 받는 해바라기나 1990년대 광란의 포스터 또는 티셔츠에 인쇄된 형광노랑빛 스마일 페이스와 같이 여름날과 낙관주의를 연상케 한다. 연한 미색의 목련, 버터, 레몬에서부터 해바라기, 사프란, 겨자, 형광에 이르기까지 노란색은 감정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여기는 심리학적인 원색이다.
노란색은 자극적이면서도 낙관적인 감정을 북돋울 수 있지만, 압도적이기도 하며 부정적인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긴 파장을 가진 노란색은 우리 눈에 가장 먼저 보이기 때문에 도로나 건설 현장에 배치되어 확실한 주목 효과를 내며, 매우 실용적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많은 문화권에서 노란색은 태양과 황금을 상징하는 색이었으며, 생명을 주는 힘과 부를 상징하는 화려함을 의미하기도 했다. 로마인들에게 노란색은 꿀과 벌, 그리고 잘 익은 곡식의 색을 의미했다. 수확과 풍요의 여신인 세레스는 종종 노란 드레스를 입고 금발에 밀 왕관을 쓴 모습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그 가시성 때문에 역사상 가장 파괴적이고 혐오스러운 상징물에도 사용되었다. 바로 유대인의 노란별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는 독일과 점령 지역의 유대인에게 노란색 다윗의 별을 옷에 착용하도록 강제했다. 이는 유대인을 게토로 옮긴 후 최종적으로는 강제 수용소로 보내기 위한 서곡으로서, 신분 확인과 분리 작업의 수단으로 활용됐다. 노란색이 두려움과 박해를 상징하는 순간이었다.
괴테는 노란색을 향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노란색은 밝고 부드럽고 유쾌한 색이지만 빛이 약하면 금세 불쾌해지며 조금만 많아지면 더럽고 추하고 재미없어진다.”
노란 비단과 국화
고대 중국에서 노란색은 철학, 의학 및 풍수에 사용된 오행론의 오색 중 하나였다. 지구를 상징하기도 하는 만큼 가장 귀한 존재로 여겼던 노란색은 금과 부, 태양의 빛, 장수와 건강을 상징하는 국화꽃의 색이기도 하다. 청 왕조와 같은 특정 시대에는 황제와 황후만이 입을 수 있는 귀한 색으로 대접받았다.
중국을 중앙집권 국가로 만든 5명의 전설적 황제 중 첫 번째 황제 ‘Gongsun Xuanyyuan'은 중국 문화의 중요한 측면을 확립했다. 그의 황후 Lei-Tzu는 차를 마시던 중 찻잔에 떨어진 고치 뭉치를 꺼내다 우연히 비단실을 발견한다. 이 비단실로 짠 실크는 고대 중국의 귀한 상품이었기에 짜는 방법은 철저히 기밀로 유지되었다.
누에고치에서 비단을 수확하는 ‘양잠’ 또한 매우 비밀스러운 기술로 다른 문명에서 비법을 알아내려 애를 쓰기도 했다. 상 왕조(기원전 1600-1046) 시대에 이르러 비단은 종교의식과 제사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고, 황후는 궁궐 내 누에 농장을 직접 감독하기까지 했다.
노란색의 부정적 의미
중세 시대의 노란색은 온통 부정적인 이미지였다. 노란색은 질병, 질환 및 황달을 암시했으며, 4대 체액 중 하나인 황담즙과도 관련이 있다. 노란색 직물을 만들 수 있는 수많은 천연 물질이 있었지만 노랑은 오래 지속되는 빨강과 파랑에 비해 색이 빠르게 퇴색되었고, 이러한 특성들 대문에 불신의 이미지를 가지게 된 것이다.
유럽 사회에서는 기형이나 질병이 있는 사람 또는 범죄자와 같이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을 노란색 스카프, 모자 또는 배지로 구분하였다. 중세 미술에서 사형 집행인은 일반적으로 노란색 옷을 입은 모습으로 묘사된다. 노랑은 또한 반역자를 묘사하기도 했으며, 파산한 사람들의 집을 표시하는 데도 사용되었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가들은 노란색을 통해 유다의 이중성을 표현하기도 했다. 조토 디 본도네의 파도바 성당 프레스코 벽화
1960년대 희망을 상징했던 노란색은 1988년 사랑의 여름날을 상징하는 색으로 재등장한다. 애시드-옐로 컬러의 스마일 페이스는 광란의 파티와 엑스터시의 힘을 빌려 황홀한 기분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젊은 세대의 쾌락주의를 대변했다. 스마일 페이스는 1963년 미국의 광고 전문가 하비 볼이 보험 회사 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디자인되었으나, 이후 사이키델릭 운동의 축제 스티커로 사용되었다. 1988년 오리지널 런던 애시드 하우스 클럽 나이트 ‘Shoom’의 상징으로 채택된 후 앨범 커버, 배지 및 전단지, 패션 디자인 등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었다.
하얀 옷을 생각하면 결혼식에서 신부가 순결과 순수함을 알리기 위해 입는 정교한 프릴과 레이스가 달린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떠올린다. 현대 사회에서 순백의 웨딩드레스는 순결의 상징에서 점점 멀어지는 개념이긴 하나, 눈처럼 새하얗고 섬세한 실크, 새틴 및 레이스 달린 웨딩드레스는 그 자체로 의미가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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