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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로 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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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유리로 된 아이

시련을 가르치지 않는 부모, 혼자서 아무것도 못하는 아이
미하엘 빈터호프 지음 | 한윤진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3월 | 260쪽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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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집

 

■ 책 소개

 

유아기부터 사춘기까지, 시시때때로 변하는 아이들의 심리

진정으로 소통하고 관계 맺기를 바라는

부모와 교사들을 위한 책!

 

“타율성을 충분히 경험하지 않고 자아를 구축할 수 있는 지름길은 없다.” 《유리로 된 아이》가 제시하는 해결책의 핵심은 더 늦기 전에 아이들에게 흔들리지 않는 원칙과 질서를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요즘 아이들이 타율성을 배워야 할 시기에 이를 가르쳐줄 어른을 만나지 못하는 것을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건강한 타율성’은 오히려 아이들이 단순히 재미만을 추구하며 멋대로 행동하는 것을 방지하고, 좌절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버팀목이 된다.

 

그렇다면 부모는 아이의 성장 단계에 따라 어떻게 행동하고 대처해야 할까? 이 책은 유아기부터 10대 사춘기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의 평균적인 정신 발달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한다. 체계, 과정, 규칙을 깨닫고 대인 관계 능력을 확장시켜가는 만4세, 어른을 거울삼아 배우기 시작하며, 교육 기관에서의 행동과 집에서의 행동에 차이를 보이기 시작하는 만6세, 또래와 관계를 맺어가면서 타인에 대해 깊이 생각하기 시작하는 만 11~12세 등, 연령에 따른 정신 발달 과정을 통해서 부모와 교사들은 예전과 다른 아이들의 변화를 정확히 이해하고 올바른 소통과 관계 맺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 저자 미하엘 빈터호프

독일의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전문의 및 심리치료사. 본 대학교 의학부를 졸업한 뒤 1985년부터 현재까지 35년간 육아와 자녀 교육 문제로 힘들어하는 부모, 어린이, 청소년들을 상담·치료해왔다. 세대가 바뀌면서 가정과 개인의 삶이 개선되고, 자녀 교육의 패러다임이 충분히 발전했음에도 정신 발달이 유아기에서 멈춰버리거나 쉽게 깨지는 유리처럼 나약한 아동청소년들이 늘어나는 현상에 특히 관심을 가져왔다. ‘소아청소년의 정신 성장 과정’을 오랫동안 연구한 결과물로서 《유리로 된 아이》를 비롯해 《우리 아이가 폭군이 되는 이유》, 《아이의 영혼이 보내는 SOS》, 《바보 같은 독일 교육》 등의 책을 출간했다. 독일의 부모들이 가장 신뢰하는 아동 심리, 자녀 교육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으며, 신문, 방송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부모의 올바른 역할, 양육 방식, 교육 제도의 개선 방향을 제안하고 있다.

 

■ 역자 한윤진

연세대학교 독문학과를 졸업한 뒤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교에서 공부했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 기획자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부모 면허증》《사랑한다고 상처를 허락하지 마라》《림비: 뇌에 숨겨진 행복의 열쇠》《결혼의 문화사》 등이 있다.

 

■ 차례

프롤로그_ 당신도 ‘유리로 된 아이’와 함께 살고 있습니까?

 

PART 1 깨짐 주의! 유리로 된 아이

1. 부족함 없이 자란 아이의 딜레마

어른을 조종하는 비밀 스위치│아이가 세상을 지배하는 방식│충분한 타율성이 단단한 자아를 만든다│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연습

 

2. 빼앗긴 어린 시절

작은 성인에서 보호받는 아이로│부모의 문제를 짊어진 자녀│혼자서도 잘할 거라는 착각│무엇이 제대로 된 보살핌인가

 

3. 벽을 향해 질주하는 아이들

제자리걸음 치는 아이들의 정신 발달│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교사│너무 많은 기회를 빼앗아가는 사회

 

PART 2 갈팡질팡하는 어른들, 외로운 아이들

4. 아이를 향한 사랑에 눈이 먼 부모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엇나간 관계│한 몸이 된 부모와 아이│부모는 부모이고, 아이는 아이다

 

5. 사면초가에 놓인 교사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르다│자기 주도 학습의 그림자│모든 상황을 합리화하는 장애 진단│변화를 위해 주어진 과제

 

6. 아이답지 않은 요즘 아이들

무채색으로 변해버린 어린 시절│문제아라는 오해│무지갯빛 어린 시절을 돌려주자

 

PART 3 우리 아이 내면을 단단하게 만드는 법

7. 키만큼 마음도 자라는 아이들

신생아~10개월│10개월~16개월│아동기│사춘기│심층 심리학 측면에서 바라본 정신 발달

 

8. 스마트폰을 끄고 아이의 눈을 바라보자

스마트폰의 덫에 빠지다│동반자 관계│투사│공생 관계│이제는 스마트폰을 꺼야 할 때

 

9. 원칙과 규율이 만드는 사회성과 자존감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좌절을 가르쳐라│좋은 친구보다 인생의 등대가 돼라│아이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울타리를 쳐라

 

에필로그_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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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엘 빈터호프 지음/한윤진 옮김/쌤앤파커스/2020년 3월/260쪽/15,000원

 

깨짐 주의! 유리로 된 아이

부족함 없이 자란 아이의 딜레마

충분한 타율성이 단단한 자아를 만든다

사람에게 있어 중요한 시기이자 그 어떤 타율성 없이 마음대로 살 수 있는 인생의 유일한 단계는 바로 영유아기다. 이 시기에 아이는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소리를 지른다. 아직 원초적인 본능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에 부모와의 관계에서 근본적인 신뢰감이 싹트지 않은 시기다. 생후 8~9개월부터 아이는 기다릴 줄 알게 되고 위험한 상황에서 멈춰 어른의 행동에 반응하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는 이유식이 준비될 때까지 단 몇 분이라도 기다릴 줄 알게 된다. 이렇게 아이는 자기 세상에 등장한 다른 누군가가 규칙을 정한다는 걸 배워간다.

 

엄마는 아이에게 지금 보고 있는 만화가 끝나면 TV를 끄고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고 알려준다. 유치원 선생님은 색종이에 그려진 토끼를 천천히 조심해서 오리라고 지시한다. 학교 선생님은 내일까지 글쓰기를 완성해오라고 숙제를 내준다.

 

그러나 이런 타율성은 위계질서의 정착만 추구하는 강압적 주입식 교육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오히려 타율성은 단순한 재미나 기분에 따라 멋대로 행동하는 것을 방지하고 좌절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좋은 수단이다. 일반적인 성장 과정을 보면 아이는 경험을 통해 원칙과 규율을 습득한다. 예컨대 먹고 싶다고 해서 무조건 아이스크림을 얻을 수 없다는 걸 깨달으면 아이스크림 가게로 무작정 돌진하는 행동을 멈춘다.

 

15~16세 정도의 청소년이 되면 자기가 가야 하는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방법을 배운다. 이쯤 되면 아이는 미래를 위한 목표를 설정하고 노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는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는 주체로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예를 들어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학과에 들어가는 데 필요한 성적을 받으려 자발적 동기에 따라 열심히 공부한다. 이 시기에 들어서면 중요한 것과 필요한 것을 판단하는 능력이 생기기 때문에 예전보다 외부의 지도와 안내의 필요성이 그만큼 줄어든다. 그렇게 부모와 스승을 통한 타율성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한다.

 

청소년 시기에는 어른과의 관계에서도 확고한 자아를 구축한다. 그로써 학업이나 직장, 배우자와의 관계, 그리고 무엇보다 훗날 자녀와의 타율적인 관계도 잘 해낼 수 있다. 그렇게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한 아이는 이성적인 결정을 하고 자신의 두 다리로 자립하는 데 성공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는데, 어린 시절 부모나 교사를 통해 타율성을 충분히 경험하지 않고 자아를 구축할 수 있는 지름길은 없다.

 

요즘 아이들은 타율성을 따르며 배워야 할 중요한 시기에 이를 가르쳐줄 어른들을 만나지 못했고 결국 지금과 같은 끔찍한 결과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렇게 된 데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이유도 있겠지만 사실 부모의 사고방식 자체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이런 사고방식 아래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더는 어른들의 행동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배우지 못하고 누구에게도 지도를 받지 못한다. 이제 아이들은 가정이나 유치원, 심지어 학교에서도 어른의 눈치를 살피지 않는다. 아이들의 내면에는 뭔가를 알려주고 얘기해줄 어른이 없는 그들만의 세계가 만들어졌다. 계속 이렇게 성장한다면 정신은 계속해서 미숙한 채로 남을 것이며, 예의 바르고 다정하고 타인에게 관심을 보이고 배려하는 사람이 되는 것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나이라 해도 타인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힘들다. 여러 학문적 연구를 통해서도 이런 아이들이 어른은 물론 또래들과도 의미 있는 접촉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됐다. 건강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나와 동등한 한 사람으로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갈팡질팡하는 어른들, 외로운 아이들

아이를 향한 사랑에 눈이 먼 부모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엇나간 관계

부모 자식 간의 공생 관계란 무엇일까? 자식과 공생 관계에 빠진 부모는 무의식적으로 자기 자신과 아이를 구분하지 못한다. 이런 부모에게 자식은 제 몸이나 다름없다. 부모는 아이가 겪는 모든 걸 자신의 일처럼 일일이 반응하는 것을 멈추지 못한다. 아이의 모든 일은 바로 부모의 일이 되기 때문이다.

 

공생의 바로 전 단계는 동반 관계다. 이 단계에서도 어른과 아이라는 계급 구조가 사라진다. 이런 방식이 제대로 흘러가지 못한다는 건 누구나 예상하는 바다. 아이를 아이로 대우하지 않고 부모의 눈높이에서 작은 성인으로 간주하는 이런 관계는 아이에게도 재앙이나 마찬가지다. 이로써 근심 걱정 없는 어린 시절은 사라져버린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이런 동반 관계 속에서 성장한 아이는(의식하지 못했던 것이라 해도) 정서적 측면에서 학대를 받은 것이다.

 

물론 아이가 태어난 후 처음 몇 달 동안 형성되는 공생 관계는 당연한 과정이다. 실제로 엄마는 갓난아이가 배고픔에 울기 시작하면 즉각적인 신체 반응을 느껴 곧장 우는 아이 곁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 이렇듯 자연의 섭리는 갓난아이가 항상 곁에 있는 엄마를 보고 느끼며 유대감이라는 매우 중요한 감정이 발달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이의 정신 발달 과정에는 다음 성장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기는 법을 터득한 아이는 주변 세상을 탐험할수록 더 많은 걸 원하게 된다. 부모는 본능적으로 이런 탐험을 허락한다. 그러나 부모와 아이의 정신이 하나로 결합된 상태가 지속되면 탐험은 멈추고 아이의 정신도 더는 성장하지 못한다.

 

내가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상담 치료를 시작한 1985년만 해도 부모와 아이 사이의 지속적인 공생 관계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내가 볼 때 공생이란 사람의 정신에 생기는 질환의 일종으로 두꺼운 전공 서적에만 있을 뿐 실제로 현실에서는 극히 드문 케이스라고만 생각했다.

 

어느 날, 조현병을 앓고 있는 아들 문제로 한 엄마가 상담을 위해 내 진료실을 찾았다. 아들과의 관계에 약간의 거리가 생기자 이 세상에서 자신이 녹아 없어지는 감정이 들 지경이라며 너무 괴로워했다. 아이의 세상이 확장되는 걸 원천 봉쇄한 공생 관계의 결과였다. 그 아이는 초등학교에 갈 나이가 다 되어서도 옷조차 혼자 제대로 입지 못했다. 그렇게 공생 사례를 처음 접한 이후 2003년부터 유사한 케이스가 갈수록 늘어났다. 이런 현상의 근본적 원인은 부모의 정신건강이 아닌 시대적, 사회적 변화 때문이다.

 

오늘날 내 진료실을 찾아오는 부모 중에는 아이와 공생 관계에 있지 않은 부모를 찾기 힘들다. 불과 20년 사이에 부모와 자식 관계가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전복될 수 있는 것인가 도저히 믿을 수 없다.

 

공생 관계에 빠져 자식을 마치 몸에 돋아난 세 번째 팔처럼 느끼는 부모가 살아가는 방식은 어떠할까? 부모는 아이를 다른 인격체로 보지 않고 아이와 밀접한 상태를 고수한다. 그 결과 부모는 아이가 처한 상황에 차분하고 냉정하게 개입할 기회조차 상실했다. 팔이 부딪치면 고통을 느끼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우리는 고통이 전달되면 순간 반사적으로 “아야!”라고 외치며 팔을 치운다. 또한 팔이 가려우면 긁어야 가려움이 가신다.

 

오늘날 아이의 요구가 거의 예외 없이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바로 공생 관계 때문이다. 아이는 새로운 장난감을 갖거나 보고 싶은 공연을 보기 위해 생일이나 크리스마스를 손꼽아 기다릴 필요가 없다. 아이의 소망이 제때 원하는 대로 실현되지 않는다면 그건 분명 가정의 형편 탓일 것이다. 참을 줄 아는 아이로 성장하는 것이 아이에게 훨씬 유익하다는 걸 부모도 잘 안다. 그러나 공생 관계에 빠진 부모는 아이에게 “안 돼!”라고 거절하지 못하다 보니 머리로는 익히 알고 있는 이 진리를 직접 행동으로 옮기는 데 실패한다. 결국 아이의 계산대로 모든 상황이 흘러간다.

 

아이답지 않은 요즘 아이들

무지갯빛 어린 시절을 돌려주자

부모는 아이에게 행복하고 멋진 어린 시절을 선물하려 하지만 자식과 공생 관계에 빠져들면 불가능해진다. 절대 이길 수 없는 아이와의 주도권 싸움에서 엉망이 되어버린 부모는 부모에 대한 배려와 존경심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어 보이는 아이 때문에 힘들어한다. 아이의 문제 행동의 원인에 대한 너무 많은 설명과 분석들은 부모를 도리어 미궁 속으로 빠트린다.

 

교사는 홀로 세 전선에서 동시에 전투를 치러야만 한다. 하나는 교사를 학습 동반자로 규정하려는 교육 정책, 또 하나는 자식과 공생 관계에 빠져 아이의 학교생활이 원활하지 않거나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공격하려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는 부모, 마지막으로 교사를 원하는 대로 조종하려는 아이들이다.

 

아이는 내면의 공허함과 외부의 압박이라는 두 가지의 커다란 긴장감을 지닌 채 불안하게 움직인다. 아이는 자신의 인생에 다양한 가능성이 펼쳐져 있다는 생각을 조금도 하지 못한다. 다른 한편으로 현재 상황으로는 절대 도달 불가능한 높은 수준의 성적을 요구하기도 한다. 결국 아이는 당황과 혼란을 반복해서 겪으며 점점 피폐해진다.

 

왜 이렇게까지 전쟁을 치르고 에너지를 허비해야 할까? 그리고 어린 시절은 왜 이리 순식간에 사라져버렸을까? 아이의 정신 발달이 완전해질 때까지 부모와 교사는 좀 더 많은 시간과 인내심을 투자하며 곁에서 보살펴야 한다. 무엇보다 아이를 아이로 바라보는 능력을 되찾아야 한다. 아이는 어른의 동반자도, 누군가의 신체 일부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바라는 건 나이에 걸맞지 않은 부담과 책임으로부터 어른의 적절한 보호를 받고, 자신만의 길을 걸으며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어린 시절을 돌려주고 싶다면 어른의 노력이 꼭 필요하다. 아이와 어른의 정신세계를 각각 이해하고, 공생과 같은 그릇된 방향으로 향했던 이유를 살펴보며, 제 기능을 되찾는 법을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 아이 내면을 단단하게 만드는 법

스마트폰을 끄고 아이의 눈을 바라보자

스마트폰의 덫에 빠지다

아이들에게는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충분히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시간과 에너지를 앗아가는 불청객이 도사리고 있다. 오늘날 우리의 삶이 이렇게까지 요란해진 주된 원인은 일상에 깊이 침투한 디지털 미디어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는 부모가 아이에게 채워줘야 할 애정을 대신하고 있다. 게다가 아이들은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준말과 신조어를 무분별하게 흡수한다. 그럼에도 디지털화를 문제의 근원으로 지목하는 목소리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 문제가 우리의 삶과 복잡하게 얽히고설켜있기 때문이다.

 

2015년 6월, 한 안티 바이러스 프로그램 공급사에서 9개국의 부모와 8~13세의 자녀들에게 스마트폰 사용 습관에 대해 설문 조사를 시행했다. 아이들의 54%는 부모가 자주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응답했으며, 부모가 자신과 대화를 나눌 때도 스마트폰에 신경을 쓴다고 불평한 아이들도 36%나 되었다. 아이들의 32%는 스마트폰에만 몰두한 부모를 볼 때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답했다.

 

부모들도 이런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부모의 52%는 자신의 스마트폰 의존도가 지나치다는 데 동의했고, 28%는 아이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지 않는다는 걸 시인했다. 스마트폰은 아이들에게서 부모를 빼앗았다.

 

어른들이 자신의 행동에서 잘못된 점을 발견하지 못하는 이유는 인간의 심리적 특성 탓이다. 올바른 정신 발달 과정을 거치며 성장했더라도 자신에게 좋고 그른 걸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다. 번아웃 상태에 빠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지쳐버린 정신을 위한 탈출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보상이다. 다시 말해, 힘들고 버거운 압박을 이겨내기 위해 뭔가 다른 것에 눈을 돌리는 것이다. 강도 높은 취미 생활에서 보상을 찾을 수 있다. 때로는 부절제한 식욕, 쇼핑 중독이 잠시라도 근심 걱정 없는 순간을 위해 절실해진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을 뛰어넘는 가장 큰 보상이 있다. 바로 아이들이다.

 

어른들은 자신조차도 스마트폰과 미디어를 끊어내지 못하면서 아이들만큼은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모의 행동은 무의식에 따른 것으로 그것이 아이들을 위한 최선이라는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디지털 혁명이 진행됨에 따라 점점 지쳐가던 부모들은 자신의 역할을 아이들에게 조금씩 전가했고, 결국 건강하지 못한 관계가 점차 늘어나게 되었다. 그 결과 동반자, 투사, 공생 현상이 나타났고 이윽고 정신 수준이 퇴행하는 모습까지 나타났다.

 

이제는 스마트폰을 꺼야 할 때

뇌는 새로운 정보나 자극이 유입되면 가장 먼저 그 내용이 의미가 있는지 판단한다. 그러나 여러 정보나 자극이 동시에 밀려들면 차분히 분류하기 힘들어진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어느 순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게 되어 막연한 두려움이 엄습하는 상태에 빠진다. 요즘 어른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 이런 두려움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뇌는 생각의 회전을 멈추고 평정심을 찾는 데 실패해 계속해서 고속 모드로 작동한다.

 

어른들의 스트레스는 예전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이다. 짜증도 심하고 무척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디지털 세상이 확장되면서 항상 눈에 보이는 표면적인 사항에만 매달리고 있다. 내면을 돌아보고 돌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된 것 같다. 자신이 누구인지 확신이 서지 않을 정도로 낯설어지는 감정은 사람을 지치게 만들었고 점점 위축되어 어딘가 마비된 것 같은 불안감으로 이어진다. 이제는 그런 상황을 참고 견디는 것이 삶의 목표가 된다. 책임감을 가지고 중요한 순간에 결단을 내리며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은 점점 사라진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이미 어른으로 성장했어도 정신 발달 수준이 아이처럼 퇴행한다.

 

얼마 전 공항에서 겪었던 일이다. 마치 폭풍을 연상시키는 굵은 빗발과 거센 바람이 부는 악천후로 이륙 허가가 지연되고 있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기 전부터 이미 나는 한참을 게이트 앞에 앉아 있었다. 최소 한 시간 이상 지연될 분위기였다. 주변에서는 여기저기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 많은 여행객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날씨 어플을 켜거나 집에 전화를 걸어 기상 상태를 물었다. 혹은 게이트의 승무원에게 다가가 비행 일정을 묻기도 했다. 사람들은 이런 악천후에 위험을 무릅쓰고 비행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도하기보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에 불만을 터트리고 어린아이처럼 당황하며 좌절했다.

 

요즘 세태를 보면 일반적인 정신 발달 과정을 거친 사람도 양쪽에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한쪽은 정신 발달이 멈춘 미성숙한 젊은이고 다른 한쪽은 외부 압력에 의해 정신 발달이 퇴행 상태에 빠져버린 노년층이다. 이런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어른들이 분명한 책임 의식을 가지고 올바른 디지털 미디어 사용법을 배우려 노력해야 한다. 어른들의 심리 상태는 곧바로 아이들에게 전해지기 때문이다.

 

우선 시간마다 설정해놓은 알람을 전부 해제하고 의도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시간을 정해보라. 그렇게 되면 부모와 아이가 방해받지 않고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부모들은 다시 직관을 따르게 되고 아이를 바라보는 시각도 훨씬 여유로워진다. 부모가 이끌어주기를 바라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으려는 아이의 욕구를 인지하고 이해할 수 있다. 그렇게 부모와 아이는 다시 서로 가까워지며 아이는 부모의 과도한 보호 아래 멈췄던 정신 발달 과정을 만회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그물에서 빠져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이어트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단계별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살을 빼겠다고 처음부터 매일 10킬로미터씩 달리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예전에 비하면 분명한 발전이다. 매일 꾸준히 노력한다면 거리는 점차 늘어난다. 일주일에 하루만큼은 가족 모두 참여해보면 어떨까? 가족 모두가 식탁에 둘러 앉아 스마트폰 대신 서로의 얼굴을 보며 대화하고 소통하는 것이다. 식사 후에는 함께 독서 시간을 가진다. 이런 시간은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유용하다. 수많은 가족에게 조언하고 결과를 지켜보니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여러분도 실행에 옮긴다면 첫날부터 가족 모두 차이를 확연히 느낄 것이다.

 

이제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정당하게 즐기고 누릴 수 있는 어린 시절을 돌려줄 방법을 살펴보자. 

 

원칙과 규율이 만드는 사회성과 자존감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좌절을 가르쳐라

무엇에도 억눌리지 않는 직관을 바탕으로 아이와의 관계에서 다른 것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고 정말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충족시키는 부모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에 치이다 보니 아이들을 서로 협력해야 하는 동반자로 보는 관계에 빠져 아이들이 감당하지 못할 책임을 떠넘겼다. 아이는 고집을 부리며 똑부러지게 자기 의견을 피력하면 원하는 건 모조리 다 얻을 수 있다. 다시 말해 부모가 아이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하는 것이다.

 

요즘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대인관계 장애는 바로 공생이다. 공생에 빠져든 부모는 아이가 원하는 건 전부 다 들어주며 그 안에서 마음의 평안을 찾는다. 이런 관계에 더 깊이 빠지면 아이의 욕구를 제지하는 것도 더 힘들어진다.

 

이런 간략한 설명만 봐도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문제가 있는 가정의 아이는 원하는 건 뭐든지 전부 얻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가 격렬히 원한다고 해서 그것이 아이에게 꼭 필요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주변 어른이 아이를 감싸기만 하다 보니 아이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게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다.

 

힘들고 고된 육아 스트레스로 상담을 받는 부모에게는 조부모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하곤 한다. 서로 멀리 떨어져 살고 있어 도움을 받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지만, 부모가 판단하기에 조부모가 아이를 제대로 돌볼 능력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부모에게는 단 반나절이라도 아이에게서 떨어져 부부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꼭 필요하다. 특히 다른 직업을 갖지 못하고 집에서 홀로 육아의 짐을 짊어지고 있다면 주변의 도움이 더욱 절실할 것이다.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상당수의 조부모들이 손주와 동반자 관계에 빠져든다. 많은 조부모들은 손주가 아무리 어려도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구분할 줄 안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무의식 속에 손주가 자신들을 행복하게 해줘야 한다는 기대감도 가지고 있다. 여기서 불길한 징조가 시작된다. 이렇게 어른들이 아이를 돌보지 않고 반대로 아이가 어른을 보살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게다가 조부모도 아이들의 애정을 확신하지 못하는 만큼 아이들의 사랑을 얻기 위해 만날 때마다 선물을 사주려는 태도를 보이게 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된다. 

 

아이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울타리를 쳐라

초등학교 입학생들은 점점 더 학업 태도가 안 좋아지고, 초중고 12년간의 교육 과정을 마친다 해도 제대로 읽고 쓰고 계산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허다하다. 이런 아이들이 과연 사회에 잘 적응해 그 일원이 될 수 있을까?

 

성적 및 능력 지향적 수업을 거부하는 태도는 고사하고 학업 성취도에 대한 열의마저 점점 줄고 있다. 그 사이 인재를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는 인식이 기업과 고용 시장에 만연할 정도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참사는 아이들이 인생에서 실패를 거듭한다는 데 있다. 아이들은 철저히 속은 것이다.

 

동등한 위치에서의 동반자 관계, 재미 위주의 학습 방식을 채ㅐ택한 유치원 및 학교 교육 방식의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게 입증되면서 마침내 그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도래했다. 물론 좋은 취지로 시작했겠지만 정작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완전히 비켜갔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시대를 막론하고 동일하다. 몸의 안식처와 마음의 안정을 보장해주는 어른이다. 가정에서 부모, 조부와 보내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면서 그만큼 유치원과 학교에 사람 지향적인 교육 방식의 도입이 절실해졌다.

 

또한 점점 압박을 가중시키는 대신 정신 발달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 시점에서는 누구보다 아이의 문제를 냉철하게 이해하고 이런 문제를 세부적으로 분리하여 인내심과 끈기 있는 훈련으로 이런 증상을 고칠 수 있는 교육자가 필요하다. 제일 먼저 가정에서부터 이런 장애를 부추기고 지속하는 동반자 관계의 사고를 버리고 치료 교육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ㄴ다. 특히 제 나이에 맞는 정서적, 사회적 정신 발달 단계로 아이들을 이끌어야 하는 임무가 현 유치원과 학교가 마주한 절박한 국면이다. 이런 토대가 완성되어야만 학생들이 교육과정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동반자 관계를 끊임없이 경계함과 동시에 마음의 평정의 유지하면서 아이들을 지도해야 한다고 직관적으로 생각하는 어른들이 있다. 이 책의 주된 목적이자 관심사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생각을 퍼뜨리고 그런 어른들을 격려하는 것이다. 종종 아이와 잠시 떨어져 외부인의 위치에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다시 아이를 바라보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아이의 새 면모를 재발견할 수 있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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