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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가장 위험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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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가장 위험한 이야기

첨단 과학기술과 편의주의가 인도한 인류세의 풍경
박병상 지음 | 이상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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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점점 더 예측 불가해지는 지구에서 인류는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

 

“인간의 힘이 너무 강력해져서 지구 시스템 전체의 기능을 교란할 정도가 되어 급기야 새로운 지질학적 시대인 ‘인류세’를 초래했다”고 한다. 2001년 네덜란드 화학자 파울 크루첸이 처음 제안한 ‘인류세’는 아직 공식적인 지질시대는 아니지만, 이미 지구는 문명이 번성할 수 있었던 홀로세의 온화한 조건들을 잃어버렸다. 인간이 화석연료를 대규모로 사용하며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가 시작되어 해마다 기상기록을 경신한다. 여러 이상현상과 불가항력적 사태를 일으켜 인류를 괴롭히며 마치 반격을 가하는 것처럼 보이는 지구에서, 인류는 앞으로도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책은 “경작과 가축화로 다른 생물을 억압한 지 1만 년 만에 자신의 생존 기반마저 허물어버”리고 인류세를 맞이한 인간종의 생활문화를 ‘환경운동 하는 생물학자’의 눈으로 꼬장꼬장하게 살펴본다. 인류의 주거 환경은 계절을 잊고 지낼 만큼 쾌적해졌고, 먹거리는 넘쳐나는 음식쓰레기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풍성해졌다. 나아가 생명공학의 발달로 ‘영생’을 꿈꾸고, 첨단 과학기술은 자율주행자동차를 선보이며, 우주여행 티켓을 예매해 둘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는 아침마다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해야 하고, 식재료의 방사능 수치도 살펴야 한다. 또 불안한 눈으로 핵발전소의 안전을 점검해야 한다. 만족을 모르는 인간의 탐욕은 인간 자신은 물론 자신이 발 딛고 사는 지구까지 위기로 몰아넣었다. 인간은 현재의 파국을 진정시킬 수 있을까? 과학기술이 대안을 제시해 파국을 앞둔 인류와 생태계를 돌이킬 수 있을까?

 

저자는 인류세를 막을 수는 없다고 단호히 말한다. 이미 그런 상황이 지났다는 것이다. 다만 인류세의 마지막 혼돈, 대멸종의 도가니에서 조금이라도 멀어질 대안마저 포기할 수는 없기에 더 늦기 전에 우리의 삶을 바꿔보자고, 거대과학이 끊임없이 제공하는 신기루를 거절하고 현실을 극복할 삶을 반성적으로 모색해 보자고 제안한다.

 

■ 저자 박병상

도시와 생태 문제를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 헤매는 고집불통의 서생. 군 생활을 빼고는 태어나 한 번도 인천을 떠나지 않은 ‘환경운동을 하는 생물학자’다. 1976년 인하대학교에 입학해 학부와 석사와 박사 과정을 1988년까지 마치고, 가톨릭대학교 환경사회학 석사 과정에 입학했으나 졸업하지는 못했다. 그동안 생태적 시각으로 여러 대학에서 ‘환경과 인간’이라는 주제로 강의했고, 현재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이다. 평소 독자와 대중에게 ‘느림의 권리’를 주장하며, 후손의 입장에서 생태계의 질서를 허무는 생명공학을 반대할 뿐 아니라 생태계를 대규모로 파괴하는 개발과 지역의 소통을 거부하는 대형 중앙집중 편의시설, 그리고 땅의 황폐화를 부르는 단작을 반대한다. 대신 제철.제고장 농작물 먹기, 생태계와 문화의 다양성 회복하기, 대면사회 회복하기를 주장한다. 또 참여의 가치를 설파하며 그것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시민운동이라고 강조한다. 독립운동에 이은 민주화운동이 있었기에 환경운동도 가능한 시절이 왔으니 이제 후손의 건강한 내일을 위한 행동에 나서자고 마음먹고 여러 신문과 잡지에 환경 칼럼을 연재하며, 토론회와 공청회에서는 개발에 반대하는 자로 악명을 쌓고 있다. 《동물인문학》 《탐욕의 울타리》 《파우스트의 선택》 《내일을 거세하는 생명공학》 《우리 동물 이야기》 《참여로 여는 생태공동체》 《녹색의 상상력》 《이것은 사라질 생명의 목록이 아니다》 등을 썼고, 다수의 공동 저서가 있다.

 

■ 차례

들어가는 글

 

제1장 허상 속의 생명공학

돈을 앞세우는 생명공학의 묵시록

생태적 가치를 위협하는 유전자 조작 농산물

돌아온 매머드는 행복할까?

유전자가 교정의 대상인가

세상에 나쁜 유전자는 없다

 

2장 열역학법칙 밖의 에너지

냉장고 문을 연다고 시원해지나

내연기관과 동거하는 미세먼지 대책

내일의 행복을 위협하는 발전

수소연료전지발전이 대안이 되려면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주택

발전소와 함께 살아가는 법

전기 생산과 소비는 각 지역에서

 

3장 절망으로 몰아가는 핵발전소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앞에 선 우리

종말을 앞당기는 핵 잔치

방사능 측정기를 사야 하나

폐기가 유일한 대안이다

에너지 민주주의로 핵발전소를 끄다

 

4장 전대미문의 거대과학

편의를 강요하는 과학기술

히키코모리를 부추기는 최첨단

가상공간으로 인도하는 과학기술

스마트팜은 스마트하지 않다

우주여행은 꿈일 때 아름답다

거대과학에서 중간기술로

 

나가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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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상 지음/이상북스/2019년 12월

 

허상 속의 생명과학

돈을 앞세우는 생명공학의 묵시록

침소봉대하는 신기류

1990년 4월, 로스엔젤레스 근교에 사는 메리 아얄라는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 막내 멜리사를 낳는 수고를 감내했다. 메리는 출산 전 진단을 받고 태아가 당시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자신의 딸 아니사와 골수조직의 형질이 맞는다는 걸 알았다. 맞지 않았다면 낙태하고 다시 임신할 생각이었다. 멜리사의 언니 아니사는 골수성백혈병이었는데, 부모와 형제, 친지 중에서도 골수조직이 맞는 이를 찾을 수 없었다. 2년 동안 백방으로 뒤져도 이식 가능한 골수를 찾을 수 없었던 아니사의 부모는 최후의 수단을 강구하기로 했다. 수술한 지 10년이 넘은 정관을 복원한 45세의 아버지와 아이 낳기 부담스러운 42세의 엄마가 임신을 시도한 것이다.

 

아이의 골수가 아니사와 맞을 확률은 25퍼센트에 불과했고, 맞는다해도 아니사가 치유될 확률은 당시 70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 의료진은 생후 14개월인 멜리사의 척추에 주사바늘을 꽂아 골수를 빼내 아니사에게 이식했다. 1996년 멜리사가 여섯 살이 되었을 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 아얄라 가족을 미국의 전 언론이 주목했지만, 모두 흔쾌해한 건 아니었다. 혹시 있었을지 모를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치료를 위한 ‘도구’로 생명을 잉태한 게 아닌가.

 

아얄라 가족과 같은 사례가 더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까? 돈벌이 앞에 윤리는 설 자리를 잃어가는데, 충분한 연구비 덕분에 맞춤형 치료기술이 확립되고 줄기세포로 맞춤 골수조직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세상이 도래한다면 아얄라 가족의 이야기는 특별하지도 특별히 불편하지도 않게 될 것이다. 인류의 질병 치료 범위는 불치병이나 난치병을 뛰어넘을 태세다. 언필칭 수백조 달러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데, ‘바이오헬스케어’를 선창하는 자본은 치료의 범위를 얼마든 확장할 것이다.

 

규제 풀린 생명공학의 악몽

할리우드의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2013년경 유방암과 난소암 환자에게 나타나는 두 개의 유전자 중 하나가 자신에게 있다는 걸 알았다. 그런 경우 70세까지 유방암 발생률 70퍼센트, 난소암 발생률 25퍼센트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졸리는 유방과 난소 제거 수술을 받았고, 지금 건강하다. 유방암과 난소암에 걸리지 않는 여성에게는 그 유전자가 당연히 없을까? 유방암이나 난소암은 유전자가 원인일까? 유전자의 발현은 환경과 밀접한데, 다른 요인은 없을까? 음식이나 스트레스가 끼치는 영향은?

 

생명윤리학자들은 ‘미끄러운 경사길 이론’을 거론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13가지 노인성질환을 뛰어넘은 연구가 진행되리라는 상상은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배아를 분석한 의사가 “당신 아기는 야구선수로 키우는 게 좋겠지만 투수보다 유격수가 어울리겠다”고 조언하거나 “이런! 담배를 피우면 40세 이전에 폐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80퍼센트가 넘는다”고 경고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까? 이 정도는 약과일지 모른다. “스카이 대학에 입학하려면 최첨단 기억력 유전자로 바꿔야 한다”고 은근히 권하는 상술이 득세할지도 모른다. 리 실버가 예견한 “리메이킹 에덴”이다. 이것을 20여 년 전 제리미 리프킨은 《바이오테크 시대》에서 “제2의 창세기”라며 우울해했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사회적 안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엄밀히 살피면 성체줄기세포 연구도 문제가 많은데 배아줄기세포 연구라니. 밑도 끝도 없이 퍼붓는 연구비와 무관하게 기실 성공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 우리 사회는 성과부터 부풀린다. 게다가 정작 질병의 원인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줄기세포로 치료하겠다는 질병은 대게 노화와 관련된 것인데, 그렇다면 노화가 질병이란 말인가? 이렇게 가다가는 외모 수려한 젊은이를 기준으로 환자 여부를 판단하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나이가 들어도 의학의 힘으로 젊은 피부와 건강한 뼈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미래가 도래할지 모른다. 그런 단꿈으로 생명공학 연구에 매달리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는 연구 내용도 모르면서 세금만 낸다.

 

생태적 가치를 위협하는 유전자 조작 농산물

식량 위기를 부추길 유전자 조작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미 10년 전에 유전자 조작 농산물을 심는 농장의 40퍼센트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런 농작물을 수입하는 우리의 처지는 어떤가. 지구촌에서 재배하는 콩과 옥수수의 4분의 3 이상이 몬산토가 개발한 유전자 조작 농산물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수확량이 위축되면 투기자본이 지배하는 국제시장은 가격을 올릴 것이 뻔하다. 곡물 무역은 현물을 거래하지 않는다. 선물거래에 의존하므로 소문에 민감하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소문은 콩과 옥수수의 가격을 치솟게 만들 텐데, 우리의 콩 자급률은 10퍼센트 미만이고 옥수수는 1퍼센트 이하다. 우리나 미국이나 대부분의 국가들이 옥수수와 콩을 가축 사료로 사용한다.

 

조작된 유전자는 생태계에 잘 퍼진다. 유전자 조작의 특징이 그렇다. 중금속을 잘 흡수할 거라 생각된 어떤 올챙이의 유전자가 우리 임목육종연구소의 생명공학자에 의해 현사시나무에 옮겨진 적이 있다. 다행히 담당 연구자가 그 조작된 유전자가 다른 식물로 이동할 수 있는 위험성을 경고했다. 1998년의 일이다. 봄철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계속 더 주의해야 하게 되었지만, 어쨌든 다행히 그 연구는 현실화되지 못했다. 유전자 조작 농산물에 들어간 이질 유전자가 음식을 통해 사람 몸에 들어와 사람의 유전자 발현을 불안하게 할 가능성은 없을까? 독립 연구자들은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유전자 조작 농산물을 독점 생산·공급하는 다국적기업은 그 확률을 무시하지만, 평생 농산물을 먹어야 하는 소비자로서는 안심할 수 없는 노릇이다.

 

목화 잎 먹고 죽은 양들의 묵시록

우리 생각과 달리 과학기술은 허점이 많은 분야다. 돈벌이부터 생각할수록 그 정도가 심하다. 경쟁력에 몰두하며 놓치는 부분이 많은 탓이다. 어느 분야든 성급한 연구 성과를 완벽하다고 주장할 과학자는 없다. 자본의 이익을 위해 개발한 농작물, 그 농작물로 가공한 식품의 현실은 어떤가?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으니 안전할까? 의약품은 나름대로 정한 객관적 안전기준에 의거해 검증하지만, 10년 이상 안전이 확인되는 경우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유전자 조작 농산물은 안전 신화가 강조될 뿐이다.

 

2007년 7월 한국방송공사에서 방영한 “위험한 연금술, 유전자 조작 식품”이라는 제목의 <환경스페셜> 313회는 인도 남서부 와랑가 지방 농촌마을의 비극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늘 그래왔듯 목동은 수확은 마친 목화밭에 양을 데려가 잎을 먹였는데, 양들이 갑자기 죽어 나가는 게 아닌가! 질산중독이었다. 재산 목록 1호인 양들이 피고름을 흘리며 죽어가자 농부들의 자살이 이어졌다. 이 사건의 원인은 유전자 조작이었다. 유전자를 조작한 목화의 잎을 먹은 양이 만 마리 이상 희생되었고 목동 150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해충을 몰아낼 거라던 유전자 조작 목화는 “죽음의 씨앗”이었다.

유전자는 홀로 발현하는 것이 아니다. 개체의 건강 상태에 따라 발현 정도도 사뭇 다르다. 기후변화 시대에 들어선 우리는 종잡을 수 없는 환경변화를 실감한다. 많은 유전 형질이 유전자들의 상호작용으로 다양하게 발현된다. 상황에 따라 유전자들이 이합집산해 형질을 발현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한때 어느 벤처기업에서 이른바 ‘유방암 유전자’를 찾아주겠다는 광고를 했지만, 우리 과학은 사람의 유방암에 관계하는 유전자가 몇 개인지, 그 유전자가 개체와 환경과 어떤 관련을 갖고 발현하는지 알지 못한다.

 

유전자가 교정의 대상인가

가위로 유전자를 편집하다

그나저나 우리나라 60대 여성에게 특히 많다는 관절염을 생명공학으로 치료할 수 있을까? 윤리적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는 심의회의에서 한 연구 희망 과학자가 자신에게 충분한 연구비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면 관절염 유전자를 찾아내 이후 발본색원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벌써 10여 년 전 일인데, 관절염 유전자를 찾아냈다거나 관련 치료법과 의약품이 개발되었다는 소식을 여태 듣지 못했다. 설마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9년 만우절을 앞두고 판매금지를 명한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가 그 연구의 결과물은 아니겠지? 인체 유래 유전자를 분리·정제했다고 광고했다던데, 혹시 그런 걸까?

 

관절염 유전자를 찾아낸다면? 고통의 원인이므로 없애면 될까? 그게 쉽지 않다. 해당 유전자가 위치한 DNA 염기서열에 정확하게 접근해 파괴하는 산뜻한 기술이 없다. 부작용이 많고 비용도 적지 않아 환자에게 적용할 수 없었는데, 2011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이 출현하며 사정이 바뀌었다. 아직은 가능성에 그치고 있지만 기대가 커졌다. 관련 과학자들이 생물학의 역사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고 평가할 정도로 정확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2011년 미국의 한 과학자는 덴마크의 낙농업자가 확인한 현상을 응용해 유전자가위 기술을 개발했고, 그 기술은 상업화되었다. 세균이든 농작물이든 심지어 사람의 유전자든, 21개 염기서열로 구성된 핵심 DNA를 파악해 그 서열을 기록한 RNA를 관련 회사에 주문해 대량으로 구입할 정도다. 유전자 가위 기술 개발 5년 만의 성과다. 이제 유전자가위 기술을 세균이든 농작물이든 원예작물이든 가축이든 DNA 염기서열을 실수 없이 찾아가 유전자의 기능을 파괴하는 단계에서 그치지 않는다. 파괴한 부분에 새로운 DNA 서열을 삽입해 유전자를 교체하는 기술을 적용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열역학법칙 밖의 에너지

냉장고 문을 연다고 시원해지나

석유로 마련하는 파티

우리가 거의 유일하게 자급 가까이 생산하는 쌀은 비교적 석유를 적게 소비한다. 문제는 쌀이 아니다. 현대인들은 주식인 밥보다 반찬을 훨씬 많이 소비하므로 쌀 생산량은 무척 줄어들었다. 우리가 반찬으로 소비하는 농작물과 사료 및 산업용 농작물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데, 쌀을 뺀 농산물의 95퍼센트가 그렇다. 그 농산물들을 언제까지 자유롭게 수입할 수 있을까? 석유가격이 치솟기 때문만이 아니다. 지구온난화에 이은 기상이변은 지구촌의 가뭄과 홍수를 빈발하게 해 곡창지대마다 극심한 흉작을 반복하는 형편이 아닌가. 2019년 인도 펀자브 지방과 호주와 유럽의 곡창지대는 심각하게 타들어 갔다. 미국도 점점 가뭄이 심해진다는데, 자국이 식량 공급이 힘들어지면 농작물을 수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불안정한 상태인지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대부분을 미국에서 수입하는 옥수수는 차라리 석유라고 할 수 있다. 옥수수에서 얻는 에너지의 10배에 해당하는 석유를 옥수수의 경작·운송·저장 과정에서 소비하기 때문인데, 그 옥수수 16킬로그램을 사료로 사용하면 쇠고기 1킬로그램을 얻을 수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콩과 감자도 마찬가지다. 끝이 보이지 않는 들판에 농작물을 심는 미국은 농기계와 석유, 그리고 화학비료와 제초제와 살충제 없이는 아예 경작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화학비료는 물론이고 제초제와 살충제 역시 석유로 가공한다.

 

석유 없는 농축산물만 생각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석유가 없으면 먼 바다로 나가 해산물을 잡아오지 못할 뿐 아니라 이제껏 누려온 기본적인 생활 자체를 지속할 수 없다. 옷도 입을 수 없다. 석유를 가공한 합성섬유만이 아니다. 산지에서 대량 생산해 국경 너머로 수출하는 가죽과 양털도 석유 없이는 물량을 확보할 수 없다. 드넓은 평야에 심는 면화도 석유 없이는 재배가 불가능하다.

 

석유 파티는 끝났다

산유국과 주식가격 하락에 민감한 석유기업이 아무리 실상을 감추려고 해도 드러나기 마련이다. 매장량에 한계가 분명한데 소비가 줄어들지 않으면 석유가격이 오르는 건 불문가지다. 모자란다는 신호가 감지되는 순간 투기세력이 움직여 국제 석유가격은 일제히 급등하겠지. 세계 경기가 잠시 주춤하면 소비가 줄어 석유가격이 찔끔 내려가겠지만 결국 바닥이 드러나면서 치솟을 것이다. 상업성이 무너질 정도로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고 전문가는 내다보건만 석유 소비량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까마득히 오래전에 생성된 석유를 20세기 전후로 마구 소비하는 인간은 전에 없었던 축제를 벌이고 있지만 점점 화려해지는 축제는 계속될 수 없다. 식량의 무려 4분의 3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살펴보자. 막연히 식량을 수출하는 국가를 믿고 우리의 처참한 식량 자급률을 고민하지 않으며 석유 잔치로 흥청거린다. 석유로 빚는 개발 열기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들판이 가을이면 황금색을 연출하지만, 신기루다. 신기루의 시효는 그리 길지 않다.

 

다음 세대는 앞 세대의 석유 축제가 남긴 후유증에 몸서리칠 테니 갈무리 계절이 다가오더라도 기뻐할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우리는 석유가 주는 편의를 조금씩 벗어버려야 한다. 석유 없어도 먹고 살았던 조상의 삶에서 생존의 대안을 찾아야 할 텐데, 편의에 중독된 우리는 탐욕을 버리지 않는다. 열역학법칙은 인류의 탐욕이 불러온 징후를 여기저기에서 보여준다. 넘치는 엔트로피는 징후가 흉흉한 인류세로 생태계를 지우려 움직이는데, 우리의 거대과학은 그저 냉장고 문을 열어놓을 궁리를 그치지 않는다.

 

내연기관과 동거하는 미세먼지대책

TV 속 일기예보 담당자는 허구한 날 마스크 착용을 당부한다. 황사와 초미세먼지를 90퍼센트 이상 걸러준다는 마스크는 대부분 일회용인데 가격이 만만치 않다. 숨을 갑갑하게 하는 마스크는 폐에 무리를 준다는데, 디자인이 무난해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독면을 구할 수 없는 개인들은 대안을 찾기 어렵다. 좁은 실내에 효과가 있는 공기 정화기는 빈곤한 살림살이에 부담이 크니, 공기마저 공평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공기를 오염시킨 자본은 마스크와 공기정화기를 팔며 더욱 몸집을 키우겠지.

 

미세먼지로 부정맥 같은 혈관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보건학자의 주장이 더는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호흡기질환으로 조기 사망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현실이 아닌가. 이런 재앙은 다만 개인의 사정일 뿐인가? 유럽은 내연기관을 가진 자동차의 퇴출을 예고하는데 관용차 홀·짝수 운행에서 그치는 우리는 경유차에 대해 시대착오적으로 관대하다. 낡은 경유차의 수도권 진입을 막겠다는 엄포만 할 뿐 매연 저감장치 부착도 의무화하지 않는다. 낡은 화력발전소의 폐쇄를 거론하지만 발전기업의 경각심을 일으키는 데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기차와 수소차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착란이 정부 정책으로 대두되고 있다.

 

흔히 전기차와 수소차는 배기가스와 미세먼지를 내보내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지극히 단순한 발상이다. 정책 판단이 관 끝에서 머물다니. 차를 움직이게 할 전기와 수소는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 그 고민은 편리하게 생략된다. 전기차와 수소차로 내연기관 자동차를 얼마나 대체할 수 있을까?

 

건강을 위해 불편한 삶을 감당하고자 하는 자세라면, 가정마다 내연기관부터 줄이자. 우리는 공기가 맑았던 시절보다 지금 훨씬 잘살고, 승용차 이외의 교통수단도 많다. 역대 어떤 황제보다 풍요롭다. 개인 승용차를 없애면 다소 불편하겠지만, 아니 상당히 불편하겠지만 대신 숨쉬기가 한결 편해질 것이다. 불편해도 불행하지 않은 삶으로 솔선수범한다면 주위 나라들도 대안을 고민할 것이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세상이 더 이상 침범당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내일의 행복을 위협하는 발전 發電

발전이라는 것

햄버거에 들어갈 쇠고기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미국의 대평원은 물론 중남미 국가의 산림까지 황폐해졌다. 사육환경과 사료를 컴퓨터로 제어하며 축사에서 대규모로 사육해도 모자랐는지 열대림까지 잘라내 광활하게 조성한 초원에 풀어놓았지만 소는 존중받는 생명체가 아니다. 햄버거용으로 예약된 고기에 불과하다. 만일 중국 사람들이 미국인 수준으로 햄버거를 찾는다면? 아마존 면적만 한 열대림을 목장으로 바꿔야 할지 모른다.

 

인도가 개발되지 않은 것을 선진국들은 감사해야 한다고 인도의 한 환경 관리가 말했다지만 요즘은 아니다. 경제성장 속도가 현기증을 느끼게 한다. 모두 오매불망하는 발전의 속성이다. 중국이나 인도의 후미진 곳, 아마존의 열대림과 같이 개발되지 않은 지역이 지구촌에 남아 있었기에 우리는 발전이라는 걸 맘 편히 추구할 수 있었다. 인류는 무궁하게 발전할 수 있을까? 그러려면 중국과 인도를 진정시켜야 한다. 자동차와 햄버거 시장이 중국과 인도에 급속히 확산되는 현상에 우울해야 한다. 전 인류의 분별없는 발전 욕구로 지구의 자원은 고갈되고 오염되어 호흡기 환자 또한 늘어나는 상황이 아닌가. 앞으로 경제발전은커녕 후퇴하지 않고 제자리에 있기도 쉽지 않을지 모른다.

 

장독대가 사라진 오늘날 우리는 김치와 끼니 한 그릇도 배달해 먹는다. 도시 근교의 숲은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초호화 아파트와 넓은 아스팔트 길로 잠식된 지 오래고 도심은 휘황찬란한 상업 지역으로 변모했다. 도시를 떠난 공장들은 매립지를 차지하고 폐수와 오염물질을 인적 드문 곳에 쏟아내지만, 실내의 공기 정화기와 정수기에 익숙한 도시인은 관심이 없다. 물질문명의 편의에 매몰된 우리는 많으면 좋고 크면 반긴다. 그것이 발전이라고 굳게 믿는다. 그렇게 배워왔기 때문이다.

 

수소연료전지발전이 대안이 되려면

겨울이 오면 추위도 걱정이지만 미세먼지 걱정도 그에 못지않다. 혹독한 추위가 계속될 때 잠시 공기가 깨끗하다가도 조금만 따뜻해지면 어김없이 미세먼지가 몰려온다. 삼한사온이 아니라 ‘삼한사먼’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인데, 점점 심각해진다. 게다가 이것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데 더 문제가 크다. 재앙과 같은 겨울이 해마다 심화·반복된다면 사람을 비롯해 생태계 속 삼라만상 생명들의 후손을 보존하기 어려워진다.

 

최근에는 수소자동차를 최상의 대안으로 내세우는 광고가 등장했다. 굴지의 국내 자동차 기업이 지극정성이다. 세계를 석권할 기세인데, 해외의 초일류 자동차 회사들은 왜 조용한 걸까?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한다는 자동차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을 뿐 아니라 공기 중의 미세먼지를 공기정화기 수준으로 정화한다고 자랑한다. 정말 그럴까?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하는 수소자동차나 전기자동차가 거리를 오가면 미세먼지 마스크 벗어버릴 수 있는 상황이 오는 걸까?

 

연료전지발전은 필요 없다

수소는 우주에 무한대로 있지만 그 수소를 발전소로 가져올 수는 없으니 제발 거론하지 말기 바란다.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서울 상암동에 수소 자동차를 위한 충진장치가 있다. 과거 매립된 음식쓰레기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모아 분리해 수소를 만든다고 한다. 하지만 그 정도 양으로 발전은 어림도 없다. 고작 승용차 몇 대 움직이게 할 뿐이다. 지금까지는 버려왔지만,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발행하는 ‘부생가스’에서 수소를 분리하면 비교적 많이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양과 장소에 한계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등록된 자동차 2천만 대의 극히 일부도 감당할 수 없다.

 

부생가스를 활용해도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이 발생하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 석탄에서 수소를 얻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남은 건 물을 전기로 분해하는 방법뿐인가? 그런데 거기에 들어가는 에너지는 얻은 수소가 생산하는 에너지보다 훨씬 많다. 경제성이 전혀 없다. 주식회사 한국수력원자력은 왜 수소연료전기발전소에 적지 않은 투자를 하는 걸까? 설마 핵발전으로 얻는 물을 분해하려고? 아니라고 믿고 싶다.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주택

새로운 대안, 패시브하우스

석유가 값싸게 공급되면서 우리는 난방의 어려움을 잊었다. 넓은 집에서 내의 차림으로 지낼 수 있는 세상을 두 세대 위 선조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도 자식들에게 손 벌리기 싫은 시골의 노인들은 마을회관에 모여 겨울을 보낸다. 지역난방 확대로 다소 부담이 줄었지만 도시의 소비자들도 난방비가 인상되면 비용부담을 감수하든가 실내온도를 낮춰야 한다. 누진세가 무서워서 전기난로를 끄고 두툼한 옷을 껴입는 편이 낫겠다. 주택이 옷을 더 입는 방법은 없을까?

 

‘패시브하우스’가 있다. 프랑프푸르트를 비롯해 독일 대부분의 도시에서는 공공주택이나 관공서를 지을 때 반드시 내부에서 발생한 열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철저히 단열하는 패시브하우스를 채택해야 한다. 남한에서 가장 춥다는 홍천군 내면 살둔마을에 ‘제로에너지하우스’라고 이름 붙인 패시브하우스가 있다. 120제곱미터 규모의 이 집은 지열을 활용하지 않고 러시아식 벽난로인 페치카로 난방을 하는데, 집주인은 한 단 정도의 장작으로 섭씨 영상 20도 전후의 기온을 1주일 이상 유지한다고 자신의 책에서 밝혔다. 이같이 필요한 열이 같은 면적 주택의 10분의 1이면 충분하건만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패시브하우스가 보편적이지 않다.

 

은평구에 들어선 에너지 제로 주택

2017년 12월 7일, 서울시 노원구는 색다른 주택을 공개했다.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냉·난방은 지열로 해결하는 ‘에너지 제로(EZ) 주택’이다. 화석연료 없이 거주하는 주택으로, 연간 사용하는 에너지와 생산하는 에너지의 양이 같기에 에너지 제로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담당자는 뿌듯해했다. 게다가 여름철 냉방기기를 24시간 가동해도 기존 주택보다 소비전력을 60퍼센트 이상 줄이고 전기요금을 90퍼센트 이상 낮출 수 있다고 한다.

 

패시브하우스와 달리 ‘액티브하우스’는 능동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주택이다. 보통 태양광 패널을 지붕에 붙이거나 지열을 활용한다. 노원구의 EZ주택은 패시브와 액티브를 동시에 활용했다.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도 냉·난방이 가능하다는 건데, 우리나라에 비슷한 성격의 단독주택은 더러 있지만 아파트와 연립주택 같은 공동주택에 적용한 것은 노원구가 최초라고 한다.

 

노원구 EZ주택의 출현을 계기로 정부는 2025년까지 단열 기준을 제로하우스 수준으로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이후 구체적인 계획을 시민사회에 제시하지 않으니 시민들의 관심이 낮을 수밖에 없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전국의 초고층 아파트들은 정부의 방침에 발맞추고 있을까? 공공건축물에 EZ기술을 의무화하겠다는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도시 공원 안에 신축하는 건축물도 사정이 비슷해 환경단체가 개선을 요구하면 대부분의 지자체는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예산 타령이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