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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야, 경제랑 같이 길을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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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야, 경제랑 같이 길을 떠나자

초등학생을 위한 경제하는 피노키오
저 : 문성철 | 그림 : 이애영 | 출판사 : 책읽는귀족 | 발행 : 2019년 10월

 

■ 책 소개

 

‘경제관념이 있는 어린이’가 자라서 ‘꿈을 이룬 어른’이 된다

 

어린이들에게 꿈은 필수 요건이다. 꿈이 있어야 사람은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꿈이 현실에 두 발을 딛고,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기 위해선 경제관념이 필요하다. 이 책은 우리 어린이들에게 경제관념의 기본 원리를 어릴 때부터 깨닫게 해주기 위해 세상에 나왔다.

 

어떤 꿈을 꾸든 경제관념이 없이는 이 세상에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가 힘든 세상이 되었다. 이제 경제관념은 꿈이 많은 어린이가 자라서 그 꿈을 현실화하는 데 꼭 필요하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이 있다. 어릴 때 제대로 된 경제관념을 배우지 못하면 어른이 되어서도 쉽사리 그 습관을 버리지 못한다. 따라서 어릴 때부터 꿈과 경제관념이 한 쌍이 되도록 그 꿈을 현실화하기 위해서 어린이들은 일찍부터 경제의 기본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이건 다른 말로 하자면, 세상이 만만하지 않다는 걸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 재밌는 동화로 경제의 기본 원리를 알려준다. 세상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가르쳐준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좀 더 쉽게 자신이 꿈꾸는 미래를 현실에서 이룰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 글 문성철

쏭이 아빠 그리고 작가. 4살 된 딸아이에게 책 읽는 재미를 유산으로 물려주고 싶은 마음에 오늘도 열심히 성대모사에 도전 중이다.

 

이른바 ‘추천도서’들의 내용을 살펴보며 딸에게 읽어줄 책을 고르다 경제를 주제로 한 어린이 서적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걸 알게 되었고, 『피노키오야, 경제랑 같이 길을 떠나자』를 집필하게 됐다.

 

지은 책으로는 『우리나라에는 왜 저커버그가 없을까?』, 『창업력』, 『늦깎이 CEO』, 『우울해도 괜찮아』, 『방탄공부』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왜 저커버그가 없을까?』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진행하는 ‘2019 프랑크푸르트 국제 도서전’ 위탁 수출 건에 출품작으로 선정되어 해외 진출을 앞두고 있다.

 

■ 그림 이애영

‘하토(그림 그리는 캘리그라퍼)’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저서로는 『이끌리듯 수채 캘리그라피(2016)』가 있다. 대표적인 작업으로는 스타필드_하남, 고양, 무역센터 F&B 브로슈어 및 벽면 일러스트 / 강남, 대구 신세계백화점 F&B 브로슈어 및 신세계 어플리케이션 일러스트 / CJ엔터테인먼트- 전도연, 유아인, 고수, 류승룡의 필모그라피 영상의 캘리그라피 / 스테이위드미, 신포청천, 로케이션 등의 타이틀 식자 캘리그라피 / 레진코믹스 대중교통 광고 캘리그라피가 있다.

 

삽화 작품으로는 책읽는귀족의 『피노키오와 함께하는 생각 여행』, 『내 손 안의 인문학, 꿈의 문』, 『바람이 전하는 인디언 이야기』, 『인생의 서른 가지 질문에 대한 해답』, 『피곤한 인생에서 벗어나는 13가지 생각의 방법』 등이 있다.

 

■ 차례

01 우리는 루비 구두를 신을 자격이 없어

02 아저씨가 네 미래를 살게

03 바람이 널 데려다줄 거야

04 망가져 버린 목소리

05 들어온 돈, 나간 돈 그리고 남은 돈

06 꿈은 말한다

07 돈 버는 베짱이

08 그건 도둑질 아닌가요?

09 보이지 않는 세계로의 여행

10 당신의 친구, 피노키오입니다

 

이야기를 마치며 :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올바른 경제관념을 가질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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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철 지음/이애영 그림/책읽는귀족

 

피노키오야, 경제랑 같이 길을 떠나자

 

우리는 루비 구두를 신을 자격이 없어

“상처 난 운동화는 신고 싶지 않아요”

할아버지는 손을 씻고 식탁에 앉았다. 늦은 저녁 식사를 위해서였다. 피노키오도 식탁 앞에 앉았다. 피노키오는 저녁마다 할아버지와 얼굴을 맞대고 얘기하는 이 순간이 좋았다.

 

“참! 할아버지 큰일 났어요.” “녀석, 또 무슨 일이니? 하늘이라도 무너진 거야?” “그게 아니라 신발에 구멍이 났어요.” “뭘 그렇게 호들갑이니. 이리 줘 보렴. 할아버지가 꿰매줄게.”

 

피노키오는 말이 없었다. 정성스럽게 신발을 고쳐준 건 고마웠지만, 바늘 자국이 계속 신경 쓰였다. 잠시 신발을 바라보다가 피노키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기, 할아버지.” “얘기하렴. 망설이지 말고.” “저……. 새 신발 하나 사주시면 안 돼요? 상처 난 운동화는 신고 싶지 않아요.” “어, 어……. 그랬구나. 하긴 신발을 살 때도 되었지. 이번 기회에 하나 사지 뭐.” “고맙습니다!”

 

“시장이 아니라 왜 길바닥에서 장사하세요?”

피노키오는 ‘리어카 할머니’가 제일 먼저 생각났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해변 입구에서 신발을 팔던 할머니였다. 모래사장을 오가며 인사드리곤 했는데, 피노키오는 우선 그곳부터 가보기로 했다.

 

“할머니는 왜 여기에서 신발을 파세요?” “응? 그게 무슨 말이니?” “그러니깐 제 말은 시장이 아니라, 왜 길바닥에서 장사하세요?” “그게……. 내가 시장에서 가게를 구할 돈이 없어서 그래.” “그러면 돈을 벌면 되는 거 아닌가요?” “말이 쉽지. 쓸데없는 질문 그만하고 얼른 신발이나 골라보렴.”

 

피노키오는 옆을 지나가던 아주머니께 물었다.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혹시 신발 가게가 어디 있는 줄 아세요?” “두 가게 다 구두를 팔긴 하는데……. 그보단 어느 정도 가격의 신발을 찾아?” “저기, 예쁘기만 하면 돼요.” “예쁘기야 당연히 비싼 게 더 예쁘지. 그럼 ‘라이트 하우스’로 가면 돼. 저기 뾰족하게 솟아오른 탑이 보이지? 탑 위에 반짝이는 십자가가 있고.” 라이트 하우스는 좀 전에 봤던 리어카와는 차원이 달랐다. 실내화, 운동화부터 구두까지 색깔별로 다양한 종류의 신발이 진열되어 있었다.

 

“루비 구두를 사서 신을 수 있는 사람은 동네에 많지 않아”

“루비 구두란다. 우리 가게에서 제일 비싼 구두지.” 생각에 빠져 있던 피노키오에게 누군가 다가와 말을 건넸다. “네, 제가 살게요.” “구두 가격이 얼마인 줄은 알고 있니?” “얼만데요?” “200만 원이란다. 살 돈은 있니?” “아니요. 저는 돈이 없고요. 내일 할아버지가 사주실 거예요.” “그랬구나. 오늘은 구경만 온 거구나.” “네. 그때까지 다른 사람한테 파시면 안 돼요.” “하하. 그래 걱정하지 말고 내일 천천히 오렴. 루비 구두를 사서 신을 수 있는 사람은 동네에 많지 않아. 그렇게 빨리 없어지지 않을 거야.”

 

피노키오는 시계만 바라보면서 할아버지를 기다렸다. 할아버지는 오늘도 어김없이 밤 9시가 넘어서야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래, 신발은 보고 왔니?” “마음에 쏙 드는 구두를 발견했어요!” “그랬구나. 그래, 사장님께 구두 가격이 얼마인지는 여쭤봤어?” “당연하죠. 그 정도는 알아요. 200만 원이래요.”

 

할아버지는 당황한 듯 말을 못 했다. 70년 넘게 살아온 그였지만, 한 번도 그런 신발을 신어 본 적은 없었다. 아니, 구경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할아버지는 난처한 듯 망설이다가, 힘겹게 입을 뗐다.

 

“그게……. 그게 말이다. 할아버지는 그 구두를 사줄 수 없을 거 같구나.” “사실, 할아버지는 부자가 아니란다. 그러니까……. 우리는 가난해.” “가난이 뭐예요?” “풍족하지 못하단 뜻이야. 돈이 많이 없다는 뜻이지……”

 

피노키오는 이해가 안 갔다. 자신은 그동안 특별히 무언가 부족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우리는 밥도 하루에 세 끼나 먹잖아요. 집도 있고요. 게다가 할아버지가 만들어주신 장난감도 많잖아요. 우리가 뭐가 부족하다는 거죠?” “비싼 신발은 라이트 하우스 사장님 같은 부자만 신을 수 있어. 생활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사람들 말이야. 우린 루비 구두를 살 수도 없거니와, 설사 살 돈이 생긴다고 해도 사면 안 돼. 만일을 대비해서 비상금을 모아 두어야 하거든. 언제 먹을 게 떨어질지 모르니깐. 혹시나 할아버지가 아파서 일을 못 할 때를 대비해서 돈을 아껴 둬야 해.” 

 

아저씨가 네 미래를 살게

아저씨도 꿈의 퍼즐 조각을 찾고 있었어

피노키오는 마지막으로 루비 구두를 딱 한 번만 더 보고 싶었다. 사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꿈에서 본 장면 때문이었다. 이대로 잊어버리기에는 찝찝했다. 피노키오는 걸음을 돌려 라이트 하우스로 향했다.

 

“하하! 다시 왔구나!” “똑같이 생긴 루비 구두를 꿈에서 봤어요.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이요.” “뭐라고?” 사장님 눈이 동그래졌다. “웃기죠? 근데 거짓말이 아니에요.” “미안한데, 손을 좀 볼 수 있을까?” 피노키오는 내심 당황스러웠지만, 진지한 사장님의 청을 거절할 순 없었다. “나무 피부를 가지고 있네.” “네, 할아버지가 저를 나무로 만들어주셨거든요.” “그게 바로 너였구나…….” 사장님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저씨도 루비 구두를 봤단다. 꿈에서.”

 

“꿈은 예언이 아니야 단지 힌트일 뿐이지”

“아저씨는 꿈에서 루비 구두를 어떤 소년에게 건네주었어. 얼굴을 보지는 못했지만, 손은 분명히 봤지. 나무 피부를 가진 손이었어. 너처럼 말이야.” 기절해야 할 만큼 신비한 이야기였지만, 피노키오는 오히려 마음이 편안했다. 일어나야만 할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았다.

 

“다른 꿈은 뭐였나요?” “돈다발에 쌓여 있는 부자가 되는 꿈이었어.” “음, 그러니깐 아저씨는 루비 구두를 저에게 주고 나중에 진짜 부자가 되었단 거네요. 그리고 저는 그 구두를 신고 무대에 서게 되는 거고요.” 피노키오는 꿈에서 본대로 신발을 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 신발을 공짜로 달라고 할 순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빈손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운명의 실타래를 푸는 첫 단추를 눈앞에서 놓치고 싶진 않았다.

 

“혹시 루비 구두를 저에게 주실 수 있으신가요? 꿈에서 보신 대로요” 사장님은 고개를 저었다. “꿈은 예언이 아니야. 꿈에서 본대로 모든 게 똑같이 현실에 나타나는 건 아니야. 꿈은 단지 힌트일 뿐이지. 도로 이정표처럼 말이야.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할지는 우리가 선택해야 해. 그 선택에 따라 꿈과 현실이 또 바뀌기도 하고.”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라는 이야기요”

“아저씨가 네 미래를 살게.” “제 미래를 산다고요?” “그래. 그런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세상 곳곳에 많을 거 같아. 아저씨처럼. 저마다 이유는 다르겠지만, 생각의 감옥에 갇혀서 고통 받는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 거 같아. 아저씨가 투자한다는 마음으로 이 루비 구두를 너에게 줄게.” “구두를 저한테 주신다고요?” “공짜로 준다는 건 아냐. 말 그대로 ‘투자’야,” “그게 뭐죠?” “널 도와주고, 그에 걸맞은 대가를 받겠다는 거야.” “어떻게요?” “네가 공연으로 돈을 벌게 되면 열 배로 갚아다오.” “열 배요?”

 

피노키오는 이해가 안 갔다. 자신이 나중에 공연으로 돈을 벌 수 있을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돈을 못 벌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그땐 돌려주지 않아도 된단다. 아저씨 말은 네가 돈을 벌게 되면 그때 돈을 달라는 거야.” “열 배는 지나친 거 아닌가요?” “하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그런데 아저씨 처지에서 한번 생각해 봐. 네가 돈을 못 벌면 아저씨는 그냥 돈만 날리는 거잖아.” “그거야 그렇죠.” “아저씨는 위험을 감수해야 해. 쉽게 말해 모험을 하는 거지. 너의 가능성에 돈을 걸어보는 거야. 그리고 지금 당장은 이해가 안 되겠지만, 아저씨가 너를 믿고 투자해줬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너에게는 큰 힘이 될 거야. 넌 나를 통해서 ‘신용’을 얻게 된 거니깐. 나중에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야.”

 

“하긴 사장님은 유명하신 분이니, 아저씨와 친하다는 이유만으로도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거 같긴 해요. 아저씨 말을 듣고 보니 열 배 정도는 충분히 드릴만 한 거 같아요. 돈만 많이 벌 수 있다면 은인에게 몇 십 배인들 못 주겠어요. 헤헤.” “하하, 좋았어!” 사장님은 피노키오에게 계약서를 내밀었다. “이게 뭔가요?” “서로의 약속을 확인하는 종이야. 여기에 네 이름을 적으면 돼.” 사장님은 피노키오의 사인을 받은 후, 피노키오에게 루비 구두를 건네주었다. 

 

바람이 널 데려다줄 거야

“세상이 만만치 않단다”

“휙!” 세찬 바람이 불어왔다. 피노키오 몸이 떠올랐다.

 

바람이 피노키오를 감쌌다. 피노키오는 앞이 보이지 않았지만, 자신이 어딘가로 빠른 속도로 날아가고 있단 걸 느꼈다. 멀미가 나려 했다. 정신을 잃으려는 찰나 바람이 멈췄다. 피노키오가 땅으로 떨어졌다.

 

“제 이름은 피노키오예요, 나무 인형이 아니라”

“안녕하세요.” “어떻게 오셨나요?” 여관 주인으로 보이는 사내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피노키오는 웃는 모습에 다소 긴장이 풀렸다. “저는 피노키오라고 해요. 혹시 하룻밤만 재워주실 수 있나요?” “물론이죠, 어디에서 오셨어요?” “망양정이요.” “멀리서 오셨네요! 돈은 있으신 거죠?” 피노키오는 할아버지가 주신 돈을 꺼냈다.

“네, 이거 말씀하시는 거죠?” “하하! 뭘 이렇게까지 보여주세요. 하룻밤은 5만 원이에요. 저녁 식사를 추가하실 거면 9천 원을 더 주시면 돼요.” “네, 추가해주세요. 종일 아무것도 못 먹었어요. 배고파 죽겠네요.”

 

피노키오는 할아버지가 주신 돈을 펴보았다. ‘1’ 뒤에 ‘0’이 4개 적혀있는 지폐 10장이 있었다. 이게 사장님이 얘기한 만 원인가. 몇 장을 줘야 하는 거지. 피노키오는 가지고 있던 지폐를 모두 사장님에게 건네줬다. 사장님은 당황한 듯 지폐 4장을 돌려주며 말했다. “손님! 5만 9천 원만 주시면 돼요. 그러니깐 만 원짜리 지폐 6장만 있으면 돼요. 거스름돈 천 원을 드릴게요.”

 

“여기 1 뒤에 0이 3개 있는 종이가 천 원짜리인가요?” “맞아요. 그게 천 원짜리에요. 천 원짜리가 10장 있으면 만 원짜리 1장과 똑같은 거예요.” 

 

망가져 버린 목소리

‘라이트 하우스 사장님이 투자했다면 넌 믿을 만한 아이겠구나

“사장님, 제가 여기에 며칠만 더 있고 싶은데요.” “그러세요, 하하!” “근데……, 3만 5천 원밖에 없어요.” “돈이 없으면 곤란한데요.” 피노키오는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거 같았다. 사장님 표정이 극적으로 달라져서였다. 방금까지만 해도 웃고 있었는데, 사장님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

 

하지만 피노키오도 물러설 수 없었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래서 말인데요, 혹시 돈을 구할 방법이 없을까요?” “돈을 벌려면 노동을 해야죠.” “‘노동’이 뭔가요?” 여관 사장님은 귀찮다는 듯이 대답했다. “일해야 한다고요, 일을! 우리 같은 회사를 위해서 말이에요. 그러면 회사가 월급, 그러니깐 돈을 주는 거죠. 노동에 대한 대가로요.”

 

“그렇군요. 혹시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요?” “황당하네요.” 사장님은 팔짱을 끼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본인이 일하고 싶다고 해서 아무 데서나 일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가게에서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죠. 회사에 도움이 안 된다면 손님을 고용할 이유가 없어요. 그러니깐 뽑을 필요가 없다고요.”

 

피노키오는 다급했다. 뭐라도 말해야 했다. 이대로 쫓겨나면 여행이고 뭐고 다 물거품이 된다. 순간, 라이트 하우스 사장님이 퍼뜩 떠올랐다. 어쩌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라이트 하우스 사장님 아시죠? 망양정 근처 시장에 있는 신발 가게요.” “단순히 얼굴만 아는 사이는 아니고요. 라이트 하우스 사장님이 제게 투자를 해주셨어요. 그러니깐 이 루비구두요.” 피노키오는 차분하게 라이트 하우스 사장님과 맺었던 계약에 대해 빠짐없이 얘기했다. 피노키오는 의심하는 사장님께 계약서도 보여드렸다. 어른들은 이렇게 꼭 보어주어야 믿는 거 같았다.

 

계약서를 펼쳐본 여관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라이트 하우스 사장님이 당신에게 투자했군요. 음, 그러면 믿을 수 있겠군요!” ‘이게 라이트 하우스 사장님이 말씀하신 신용이란 건가…….’ 피노키오는 라이트 하우스 사장님께 다시금 고마움을 느꼈다. 그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라이트 하우스 사장님 덕분에 피노키오는 여관 사장님께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었다.

 

“사실, 일자리가 하나 있긴 해요.” “어떤 일인데요?” “부두로 나가서 우리 여관으로 사람을 데려오는 일이에요.” “네, 좋아요! 할게요.” “라이트 하우스 사장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시간당 8천원을 쳐줄게요.” 10시간만 일해도 8만 원이었다. 이 돈이면 잠을 자고도 돈이 남는다. 피노키오는 기뻐하며 부두로 달려갔다.

 

돈을 받고, 돈을 주고 그걸로 끝이었다

“값싸고 편안한 대나무 여관으로 오세요!” 하지만 시끄러운 부두에서 피노키오 목소리가 들릴 리가 없었다. 피노키오가 아무리 소리쳐도 어부들은 눈 하나 깜짝 안 했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주변을 둘러보다 커다란 드럼통 하나를 발견했다. 높은 곳에서 소리치면 잘 들릴지도 모른다. 피노키오는 낑낑대며 드럼통 위로 올라갔다. 크게 숨을 들이마신 후 비명 치듯 소리쳤다. “대나무 여관이요! 값싸고 편안해요!”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다. “대…, 나…, 콜록, 콜록!” 목소리가 안 나왔다. 갑자기 무리해서 소리 지르다 보니 목이 쉬어버린 거다.

 

“사장님……, 콜록! 제가……, 목소리가 안 나와서요. 더 일을 못할 거 같아요.” 사장님은 시계를 바라봤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일하셨네요. 총 4시간이요. 여기 3만 2천원이요.” 자신이 얼마나 아픈지 사장님은 관심도 없었다. 할아버지였다면 얼른 끌어안고 병원에 가야 한다고 난리 치셨을 텐데. 피노키오는 일해서 번 돈에다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돈을 보태어 방값을 냈다. 돈을 받고, 돈을 주고 그걸로 끝이었다. 더 이성의 대화는 없었다. 돈을 주고받는 관계는 원래 이렇게 차가운 걸까. 

 

들어온 돈, 나간 돈 그리고 남은 돈

“아무 일도 안했는데 돈을 준다고요?”

피노키오는 여관을 나오자마자 할아버지 말씀대로 은행부터 갔다. 놀러 다닐 때 종종 봤지만, 들어가 본 적은 없었다.

 

“어떤 일로 오셨나요?” “돈을 맡기러 왔어요.” “계좌를 만들러 오셨군요.” “계좌를 살 수 없을지도 몰라요.” “하하, 계좌는 사는 게 아니에요. 계좌는 돈을 맡길 때 은행에서 주는 수첩 같은 거예요. 은행에 넣어둔 돈, 은행에서 찾아간 돈, 그동안 쌓인 이자를 적어드리는 곳이지요. 맡기실 돈만 있으면 통장은 공짜로 만들어 드려요.”

 

“돈의 흐름을 적는 수첩이군요. 그건 해봐서 알아요. 근데 ‘이자’가 뭔가요?” “아! 이자의 뜻을 모르시는군요. 그건 손님께서 만약 일 만원을 맡기시면 1년 뒤, 일만 일천 원을 돌려드리는 거예요. 돈을 덤으로 드리는 거죠. 물론 이자 금액은 상품 종류, 돈을 맡긴 기간 등에 따라 모두 다르고요.” “그게 어떻게 가능하죠? 제가 은행을 위해서 한 일이 없는데 왜 저한테 돈을 주시는 거죠?” “그야 은행이 손님께 빌린 돈이니깐요. 음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여관에서 방을 빌리려면 어떻게 하죠?” “사용료를 내야 하죠.” “맞아요. 돈도 똑같아요. 돈을 빌리면 사용료, 그러니깐 이자를 내야 해요.” “알겠어요. 돈을 맡긴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은행이 저한테 돈을 빌려 가는 거였군요. 그런데 은행은 돼 돈을 빌려가는 거죠?” “저희도 돈을 벌어야 하니까요. 가게는 물건을 팔고, 은행은 돈을 파는 거죠.” “네 저희는 손님들의 돈을 모아서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다시 빌려줘요”

 

“근데 이상해요. 자, 보세요. 제가 일만 원을 은행에 넣고, 은행이 일만 원을 다시 다른 손님에게 빌려줬어요. 그리고 돈을 빌려 간 손님이 은행에 일만 천 원을 갚겠죠? 은행은 그 돈을 저에게 돌려줄 거고요. 일만 천 원이겠죠.” “네, 그런 흐름이에요.” “그러면 남는 게 없잖아요.” “오, 예리하신데요? 그런데 계산하실 때 중간에 틀리신 부분이 있어요. 은행이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줄 때는 더 큰 이자를 받아요. 그러니까 일만 이천 원을 받는 거예요. 그러면 어떻게 되죠?” “아! 그렇군요. 그러면 은행은 일천 원을 벌겠네요.” 

 

꿈은 말한다

인생이 꿈이고, 꿈이 인생이지

“여긴 어디인가요?” “게스트하우스지” “고맙습니다. 그런데 계산부터 할게요.” “천천히 줘도 괜찮은데. 3만 5천 원이란다.” “아니에요. 근데 방값이 다른 데보다 싸네요?” “응, 그래야 누구나 이곳으로 올 수 있으니깐. 숙박비가 비싸면 사람들이 오기 힘들잖아. 할아비는 누구나 이곳에 와서 꿈꿀 수 있었으면 좋겠어. 마당도 그래서 내가 직접 가꾼거고.”

 

“그렇다면 우리는 꿈 친구네”

피노키오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수첩부터 꺼냈다. 잊어버리기 전에 쓴 돈부터 정리하고 싶었다. 피노키오는 첫날부터 쓴 돈을 쭉 살펴봤다.

 

‘처음부터 3만 5천원짜리 방을 구했다면, 애초에 20만 원으로 다섯 밤은 잘 수 있었던 거네. 잠잘 때 사용하는 돈이 줄어드니깐 여행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구나. 왜 이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돈 버는 베짱이

피노키오가 눈을 반짝거리며 물었다. “그런데 관객은 어디 있어요?” “모아야지. 가만히 앉아있으면 안 돼. 움직여야 해.” 기타맨이 피노키오에게 물었다. “안 그래도 공연을 도와줄 사람을 구하고 있었는데, 네가 한번 해볼래?” “좋아요!” “그런데요. 여기서 공연해도 되나요?” “걱정된다기보다 낯설어서요. 이런 곳에 무대를 만든다는 게요.” “이웃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어디서 공연하건 그건 네 자유야.” “그치? 그리고 걱정하지 마. 정부에 신고도 해놨어. 종종 허락을 받아야 하는 때도 있는데. 여긴 그냥 알려만 주기만 해면 돼.”

 

“정부요?” “사실 전 정부란 말 자체를 몰라요.” “그럴 수도 있지 뭐. 정부는 쉽게 말해서 동사무소 같은 기관을 말해. 소방서, 경찰서, 세무서 같은 기관도 모두 정부에서 운영하는 거고.” “그게 다 정부였군요.” “응. 정부는 사업가, 노동자 모두를 도와주고 지원해주는 역할을 해.” “전부 도와준다고요?” “응. 우리나라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어.” “이상하네요. 전 정부로부터 특별히 받은 게 없는데요?” “녀석, 발밑을 봐.” “도로밖에 없는데요. 이건 왜요?” “그게 바로 정부가 만든 거야.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동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공사한 거지.” “와! 정부는 어마어마하게 돈이 많나 보네요.”

 

“정부가 돈이 많긴 하지. 많은 사람이 정부에 돈을 내니깐. 그런데 엄밀하게 따지면 우리 돈이기도 해.” “우리 돈이라고요?” “응. 사회 구성원들이 열심히 일해서 낸 세금으로 정부가 일하는 거지.” “세금이요?” “가게나 회사 그리고 일꾼들이 번 돈의 일부를 정부에 내는 데 이걸 ‘세금’이라고 해.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세금을 낼 의무가 있어. 나 같은 사업가도 그렇고. 자, 자. 이제 질문은 그만. 지금은 바쁘니깐. 자세한 건 나중에 얘기해줄게. 우선 너는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이곳으로 사람을 모아줘. 이제 곧 공연이 시작된다고 알려주기만 하면 돼.”

 

공연을 끝낸 기타맨이 숨을 고르고 활짝 웃었다. “감사합니다! 제 노래가 여러분에게 감동을 주었다면 여기 앞에 있는 기타 통에 공연료를 넣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자유롭게 넣어주세요. 만 원짜리, 천 원짜리, 가리지 않습니다. 물론 제 연주가 별로였다면 안 주셔도 괜찮습니다. 그렇다고 진짜 안 주시면 쫓아갈지도 모릅니다. 하하하!”

 

“돈이 얼마나 들어왔나 살펴볼까?” “대단하세요! 20만 원도 넘게 버셨네요.” “뭘, 고맙긴! 참, 여기 3만 원. 오늘 고생 많았어. 네 몫이야. 원래는 2만 원 정도만 주는데. 넌 귀여워서 특별히 더 쳐준 거야.” 피노키오는 손을 펼쳐 계산해보았다. 두 시간 정도 일했으니, 일한 시간 대비 제법 두둑하게 돈을 챙겨 받은 거다.

 

그런데 막상 눈앞에서 기타맨이 더 많이 가져가는 걸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비슷한 시간 동안 일했는데, 왜 형이 훨씬 더 많이 가져가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오히려 연주만 한 기타맨보다 자기가 더 힘들게 일한 거 같기도 했다.

 

“형이랑, 저랑 가져가는 돈이 많이 차이 나네요.” “그야 당연하지.” “왜요? 우린 똑같이 일했잖아요.”

“그래, 내가 차근차근 설명해줄게. 잘 들어봐. 오늘처럼 관객이 많은 날은 사실 운이 좋은 거야. 공연을 아무리 잘 준비해도 한 사람도 안 오는 때가 있거든. 그런 날은 어떻게 될까?” “돈을 못 벌겠네요.” “맞아! 하지만 넌 어떨까?” “저요? 음, 저는 형이 돈을 주지 않을까요? 제가 일한 만큼이요.”

 

“바로 그거야! 너는 내 상황과 관계없이 돈을 받아. 쉽게 말해서 나는 돈을 못 벌지만, 너는 돈을 버는 거지. 일했으니깐. 넌 그냥 공연 상황과 상관없이 네 일만 충실히 하면 되는 거야. 머리 아프게 다른 건 신경 쓸 필요도 없지.”

 

“근데 그게 어쨌다고요?” “하지만 난 달라. 나에게는 월급을 주는 사람이 없어. 나 스스로 시작부터 모든 걸 끝까지 책임져야 해.” “이게 그 이유야. 난 언제든지 위험에 빠질 수 있지만, 넌 위험을 마주할 일이 없어. 위험을 감당하면서 공연을 책임지는 만큼 돈도 더 많이 가져가야 하는 거야. 그뿐인가. 이 공연을 준비하면서 돈도 많이 썼잖아. 기타도 사고, 스피커도 사고, 연주복도 샀으니깐. 이 돈들을 다 합치면 꽤 큰돈이야. 어떻게든 이 돈을 다 회수해야 하기도 하고.”

 

기타맨이 씩 웃었다. “잘 이해가 안 가지? 네 나이 때는 당연한 거야. 경험해 보지 못했으니. 지금은 네가 하는 일만 제일 힘들게 느껴질 거야. 사업을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 이해하기 어려울 거야. 의지할 데 없이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무언가를 책임진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