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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괜찮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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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요약・칼럼

나는 이제 괜찮아지고 있습니다.

시골책방에서 보내는 위로의 편지들
임후남 지음 | 생각을담는집 | 2021년 06월 | 264쪽 | 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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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후남 지음/생각을담는집/2021년 6월/264쪽/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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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집

 

■ 책 소개

 

제가 괜찮아지고 있는 것처럼 당신도 괜찮아졌으면 합니다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는다는 것. 그것만큼 사람을 살리는 일이 있을까. 그것만큼 사람을 괜찮게 해주는 일이 있을까. 그 흔한 사랑 이야기가 시골책방 편지에서는 때로는 냉이꽃과 벚꽃과 쏟아지는 눈과 함께 은밀하게 적혀 있다.

 

시골에서 책방을 하는 이야기가 뭐 대단한 게 있을까.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누군가의 말처럼 괜찮아지고, 한여름 냉장고에서 막 꺼낸 캔맥주를 마신 것처럼 시원하다. 어깨를 쭉 펴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작가가 자연에서 받았던, 사람들로부터 받았던 온기가 그대로 전해지는 것이다.

 

■ 저자 임후남

시인, 생각을담는집 대표

2018년 도시 생활을 접고 경기도 용인으로 이주, 시골책방을 차렸다. 그동안 펴낸 책으로는 시집 『전화번호를 세탁소에 맡기다』, 『내 몸에 길 하나 생긴 후』, 산문집 『시골책방입니다』, 『아들과 클래식을 듣다』, 『아이와 여행하다 놀다 공부하다』 등 다수가 있다. 현재 출판사 생각을담는집과 함께하는 시골책방 생각을담는집을 운영하고 있다

 

■ 차례

프롤로그

 

1장 책을 읽는 그대에게

1. 햇살 한 줌, 바람 한 줄기를 동봉합니다

2. 두릅 한 줌, 사소한 것들로 행복을 누려요

3. 그리움도 마음이 부드러울 때 생기지요

4. 혼자도 즐거운 생활, 꽤 괜찮아요

5. 계신 곳에서 봄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6. 아픈 몸과 아픈 마음들을 지납니다

7. 저의 생활은 꽤 낭만적입니다만

8. 지속하는 것이 미니멀라이프, 밑줄을 그었지요

9. 속이 텅 빈 날, 그냥 책을 읽었습니다

10. 모닥불을 피워놓고 시 낭송을 했습니다

11. 오늘 하루도 괜찮았습니다

12. 따듯한 햇살을 택배로 보내 드리고 싶습니다만

13. 우리, 그 방에서 만나요

14. 깜빡, 나에게 속고 살아요

 

2장 시골에 살고 책방을 해요

1. 천사의나팔이 꽃을 피웠다

2. 봄을 먹어야지!

3. 밭이 정원, 정원이 밭

4. 사는 대로 만들어지는 인생

5. 딴전을 피우다

6. 새순을 틔우는 감나무처럼

7. 망초꽃 그리고 누드베키아

8. 금계국이거나 수레국화처럼

9. 아름다움을 찾는 일

10. 꽃보다 아름다운 들깻잎

11. 오늘의 안부

12. 식물의 위로

13. 나이 들어가는 일에 대하여

14. 동화된다는 것에 대하여

15. 시골에 산다는 것

 

3장 생활이 좀 호사스럽습니다

1. 지적 허영과 지적 허기 속에서

2. 바라보는 즐거움

3. 이 좋은 날을

4. 빗속의 음악회

5. 수재의연금

6. 함께 늙어가는 책방

7. 참 좋은 소설

8. 묵은지 같은 글

9. 겨울 정원

10. 방황

11. 어떤 여행자

12. 눈

13. 편지

14. 오홋! 봄이 온다

 

4장 나는 괜찮아지고 있는 중입니다

1. 할아버지와 냉이꽃

2. 머리 질끈 동여매고 코로나19를 지나다

3. 명절에도 문 엽니다

4. 나는 괜찮아지고 있는 중입니다

5. 나는 무엇을 보고 있을까요

6. 스물세 살 청년의 고백

7. 생활의 즐거움

8. 어슬렁거리며 살아요

9. 시골책방이 북적였어요

10. 서점의 언어

11. 사람이 좋다

12. 명이나물이 새순을 티웠다

13. 여기는 시골책방입니다

14. 문화공간으로서의 책방

15. 책은 왜 정가를 주고 사야지요?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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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후남 지음/생각을담는집/2021년 6월/264쪽/13,800원


책을 읽는 그대에게

햇살 한 줌, 바람 한 줄기를 동봉합니다

봄이 오고 있습니다. 햇살도 따뜻하고 바람도 따뜻합니다. 추위에 떨 때는 봄은 언제나 올까 싶은데 이렇게 봄은 어김없이 겨울을 이기고 옵니다.

 

안녕하세요.

 

겨우내 조용했던 책방도 이제 봄 준비를 합니다. 봄이 되면 야외에서 행사를 할 수 있으므로 크고 작은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혼자 노는 것보다 같이 노는 것이 재미있으니까요.

 

어떤 분이 찾아오셔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가까운 곳에 당신 밭이 있는데, 나중에 와서 매실을 따 가라 했습니다. 매화나무가 얼마나 되느냐 했더니 5천 평이 매화나무 밭이라고 했습니다. 흠. 저는 그만 할 말을 잃고 잠시 멍하니 서 있었지요. 그러다 5천 평 규모에 피어나는 매화꽃이 그려졌습니다.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매화 축제를 하시죠!”

 

매실보다 저는 매화꽃이 더 매력적이었습니다. 혼자, 혹은 가까운 사람 몇을 불러 즐기는 것보다 여럿이 즐기면 얼마나 좋을까요. 매화꽃 아래에서 클래식 콘서트를 한다면, 시 낭송을 한다면, 아이들과 동시 쓰기를 하고, 그림 그리기를 한다면. 저는 할 일이 많을 것 같아 잠시 흥분했습니다. 그러나 모두 다 저처럼 일을 벌이고 살지는 않을 것이므로 마음을 가라앉혔습니다. 그래도 생각할수록 그 5천 평에 피어나는 매화꽃이 눈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시골책방 정원으로 나갔습니다. 한쪽에는 붓꽃이, 그 옆에는 도라지가, 다시 그 앞으로는 보리와 파, 백일홍 등등. 정원인지 밭인지 조금 헷갈리지만 정원이 밭인, 밭이 정원인 풍경이 저는 참 좋습니다. 선은 있으나 경계는 없는. 적당히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서로를 침범하지 않되 함께 어우러지는 채소와 화초들. 먹는 즐거움과 함께 보는 즐거움이 더 큰 것들.

 

정원은 시간이 만듭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나름 피고 지면서 소박하지만 화려했던 정원은 겨울이 되면 텅 빈 상태가 됩니다. 그러나 마른 꽃잎을 달고 있는 목수국은 겨울 정원을 화려하게 했습니다. 남천도 붉은 잎과 열매를 떨어뜨리지 않고 겨울을 지내더군요.

 

지난해 심은 도라지는 잎과 줄기가 마른 채 그대로 겨울을 났습니다. 큰 나무도 잎들을 모두 떨어뜨리는데 저 가냘픈 도라지는 어쩌자고 잎을 떨구지 않을까 겨우내 생각했습니다. 훌쩍 웃자란 아욱도 씨앗을 잔뜩 매단 채 고고하게 겨울을 났습니다.

 

비었다 생각했는데 충만한 겨울 정원. 빈 가지를 훤히 드러내보이는 것들은 그것들대로 꽉 찬 속이 보이고, 보이지 않는 것들은 땅속에서 겨울을 나고 있는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한가한 시골책방에서 제가 꼼지락대듯 그것들도 꼼지락댈 것을 생각하면 아주 즐겁습니다. 이쯤에서 수선화가 올라오겠군, 금낭화가 올라오겠군. 맨 땅에서 움츠리고 있다 터뜨릴 봄이 보입니다. 겨우내 푸르렀던 꽃잔디를 한번 쓰다듬어 봅니다. 그러니 빈 겨울 정원이 가득 차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한겨울에도 겨울 정원을 어슬렁거리는 이유입니다.

 

이제 봄이 옵니다. 정원밭에서 봄을 누려야겠습니다. 달래도 좀 캐서 무치고, 냉이도 좀 캐서 국을 끓여야겠습니다. 봄을 먹고 좀 누려야겠습니다.

 

시골책방의 봄을 보내드립니다. 햇살 한 줌, 봄바람 한 줄기를 동봉합니다. 봄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오늘 하루도 괜찮았습니다

날씨가 제법 쌀쌀합니다.

평안하신지요.

한동안 잠잠해서 이제 곧 끝나겠구나 싶었던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했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격상됨에 따라 우리 생활도 다시 달라졌습니다. 곧 끝나리라 믿었던, 혹은 믿고 싶었던 코로나가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있는 때,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코로나 시대, 우리는 어떻게 지낼까. 『위드, 코로나』는 그렇게 시작된 책입니다. 함께 글쓰기를 하는 친구들과 책을 한 번 엮어 보자 했고, 그 주제를 코로나로 잡았습니다. 뉴스 속이 아닌 생활 속 코로나를 들여다보자 생각했던 것이죠.

 

글쓴이들은 매우 다양합니다. 학교 교사도 있고, 제대한 청년도 있고, 주부도 있고, 직장인도 있고, 휴직 중인 직장인도 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불편하고 힘들고, 그래서 우울감이 깊어질 수 있는 상황. 그런데 코로나 ‘덕분에’ 무엇인가를 새롭게 시작하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나갑니다.

 

저는 이들의 글을 보면서 조금 놀라웠습니다. 긍정의 힘으로 지금의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이야기에 감동하기도 했습니다.

 

나를 돌아보고 가족을 돌아보는 것.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고 나와의 관계 너머를 보려고 하는, 어쩌면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최선이겠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나, 나를 바로 세워야 할 것이고요.

 

책방 문을 열어놓고 살다 보니 다양한 사람을 만납니다. 그동안 일을 하면서 만난 사람도 참 다양한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책방 겸 카페를 열어놓고 사는 지금은 조금 그 모습이 다릅니다. 예전에는 제가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섭외를 하고 만났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지요. 누군가 불쑥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그렇게 들어온 이들과 때때로 만납니다.

 

한 매체에서 원고 청탁이 들어왔습니다. 원고 주제가 ‘잊지 못할 사람’이었습니다.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내 인생에서 잊지 못할 사람은 누구일까. 가깝게는 가족, 친구부터 그동안 만났던 이들이 스쳤습니다. 누구 한 사람을 콕 집어서 잊지 못한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떠올려보자 생각했습니다. 매달 책을 받아보는 사람들의 이름도 생각했습니다.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제 마음에 들어온 이들이 참 많기 때문이었습니다. 책방을 차린 후 내게 들어온 이들은 이렇게 많은데, 그들은 내 삶을 이렇게 따뜻하게 하는데 나는 어떨까.

 

마음을 받는 일, 마음을 주는 일. 그 일에는 조건이 없지요. 그런데도 마음을 주고 상처를 받고, 마음을 받고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사는 일이 참 쉽지 않지요. 그래도 사람을 만나 마음을 주고받고 사는 일. 준 것보다 받는 게 더 많은 저는 그래서 며칠 전 책방에 다녀간 분의 이야기를 썼습니다.

 

오늘 하루를 살아갑니다. 오늘의 만남이 내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마음에 들어오고 무늬를 만드는 일. 물론 그것은 반드시 사람과의 일뿐만 아니지요. 책, 영화, 그림, 음악, 장소 등등. 코로나 시대.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만남을 많이 갖고 지내시길 바랍니다. 소중한 것들은 바로 우리 곁에 있는 것일 테니까요. 다정한 마음으로 책방에 피어있는 갓꽃을 보냅니다. 부디 따뜻한 날들을 지내시길 바랍니다. 

 

나는 괜찮아지고 있는 중입니다

명절에도 문 엽니다

명절 연휴에도 문을 연다고 하자 아는 사람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습니다. 명절에도 문을 여는 책방이라니. 사실 책방을 시작하고 명절에 문을 닫은 적이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마치 책방을 목숨 걸고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집과 함께 있으니 사실은 특별히 문 닫을 일이 없을 뿐입니다.

 

집과 함께 있다고 하지만, 책방이 있는 1층과 살림집은 엄연히 구분되어 있습니다. 저는 매일 아침 가방을 메고 책방으로 출근하고, 저녁이면 가방을 메고 퇴근합니다. 중간에 제가 집에 올라가는 때는 점심시간뿐인 경우가 많습니다. 살림은 아침 출근 전이나 저녁 퇴근 후에 합니다.

 

저에게 책방 문을 열고 닫는 것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저의 일상은 늘 같습니다. 명절이라고 해서 저의 일상이 깨지는 것도 아닙니다. 특히나 코로나로 인해 가족 간 모임도 불가능한 때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명절 아침에도 저는 1층 책방으로 내려와 커피와 빵, 과일로 아침 식사를 하고, 화초에 물을 주고, 청소를 간단히 하고, 컴퓨터를 켜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책방이고 카페지만 이곳은 저의 소중한 작업실이기 때문입니다. 작업실이라고 하면 뭐 대단한 걸 하는 것 같지만, 책을 읽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책방을 하면서 가장 좋은 일 중 하나는 읽고 싶은 책을 맘껏 읽는다는 것이어서 제 책상에는 봐야 할 책들이 항상 쌓여 있거든요.

 

온라인으로 시 필사 모임을 하는 요즘은 매일 시집을 들여다봅니다. 한 권의 시집에서 한 편의 시를 골라 블로그에 올리면 함께하는 이들이 그 시를 각각 필사, 단체 카톡방에 올려 공유합니다. 짐작했던 대로 매일 일이라 신경이 여간 쓰이는 게 아니지만, 매일 시를 고르는 즐거움이 꽤 큽니다.

 

책을 맘껏 읽고, 시를 필사하고, 작가와의 만남이나 콘서트를 열고. 언뜻 보면 책방을 하는 것은 마치 한가한 놀이처럼 보입니다. 유한마담의 취미생활쯤으로 보고 이런 생활을 꿈꾸는 사람도 적잖습니다. 가끔 찾아오는 이들 중에는 나이 들어 이렇게 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있지요. 물론 저도 이렇게 살고 싶었고, 그래서 책방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 밖에서 볼 때는 물 위의 백조입니다.

 

책방을 시작한 지 이제 2년 반 정도. 목숨 걸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목숨 건 듯 열심히 했습니다. 어쩌면 젊은 시절 직장을 다닐 때보다 더 열심히, 더 치열하게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밤잠을 설치면서 공모기획서를 작성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작가 섭외를 하고, 허리가 아프도록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달에 한 번 독서 모임과 매주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고, 정기구독 서비스인 북클럽 회원들에게 책을 보냅니다.

 

본업인 출판일도 해야 했는데, 지난 한 해에는 제가 쓴 『시골책방입니다』,『살아갈수록 인생이 꽃처럼 피어나네요』와 여럿이 함께 쓴 『위드 코로나』 등 3권의 책을 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가장 큰 여건은 ‘책방’이라는 공간 때문이었습니다. 책방이 아니었다면 이 중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크게 줄어듭니다. 책방을 차리지 않았다면 하지 않았을 일들. 책방이라서 할 수 있었던 일들. 책방은 제게 새로운 삶을 만들어줬습니다.

 

데이비드 브룩스는 『두 번째 산』에서 ‘당신이 일하는 환경이 당신의 존재 자체를 서서히 바꾸어 놓는 힘을 절대로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책방은 저를 서서히 바꾸고 있습니다. 책방을 하기 전에는 저만을 위했던 일들이, 책방이라는 공간을 통해 누군가와 함께함으로써 함께 위하는 공간이 됐습니다. 독서 모임을 통해 괜찮은 사람이 되고 있다는 사람, 클래식 음악회를 통해 생활이 더욱 반짝거린다는 사람, 글쓰기를 통해 자기를 들여다본다는 사람들. 이들과의 만남은 제 삶을 더욱 돌아보게 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했습니다. 책방과 함께 제가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새 책방은 저만의 공간에서 저 혼자 꾸는 꿈이 아니라, 열린 공간에서 함께 꿈을 꾸는 장소가 됐습니다.

 

‘공간에 우리의 경험과 삶, 애착이 녹아들 때 그곳은 장소가 된다.’ 인문지리학자 이 푸 투안이 『공간과 장소』에서 말한 것처럼 책방이라는 공간을 통해 이곳은 특정한 장소가 되고 있습니다.

 

지금의 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책방. 어쩌면 지금 이곳은 가족을 제외한 저의 모든 것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손때가 묻은 책과 음반이 있는 곳. 수십 년 묵은 이것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책방도 없었을 것입니다. 이것들이 자양분이 되어 새 책을 들여놓게 하고, 작가를 초대하게 하고, 콘서트를 열게 합니다. 묵은 것들은 새롭게 태어나고, 새로운 것들은 이곳에서 묵혀짐으로써 이곳의 풍경으로 자리잡습니다.

 

큰 창 아래 햇살을 등지고 앉아 앞의 큰 창으로 들어오는 풍경을 바라봅니다. 같은 창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매일 낯설기만 합니다.

 

나는 괜찮아지고 있는 중입니다

시골책방의 독서 목록은 주로 문학과 인문서적입니다. 이 목록은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목록과 별개입니다. 책방지기인 제가 읽은 책 중 함께 읽으면 좋겠다 싶은 책을 나름 ‘엄선’해서 고릅니다. 그러다 보니 사실 책 고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책이란 것은 따지고 보면 대단히 개인적인 취향이기 때문에 제가 좋다고 해도 다 같이 좋을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제 취향대로 고릅니다. 제가 좋아하지 않는 책을 고르면 독서 모임을 할 수 없다는 단순함입니다.

 

저는 책 읽기는 혼자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 번도 독서 모임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책방에 독서 모임이 있으면 좋다는 말을 할 때도 쉽게 시작하지 못했습니다. 독서 모임을 하지 않을 이유는 할 이유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정해진 요일마다 모임을 하게 되는 얽매임이 싫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뭔가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도 부담스러웠습니다. 자유롭고 싶어서 책방을 하는데 정기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다니요.

 

그러던 어느 날, 책방을 책방답게 하기 위해서라는 생각으로 독서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이곳에 누가 올까, 몇 명이나 올까 생각하면서. 그렇게 시작한 독서 모임이 지금은 고정 회원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독서 모임이 이렇게 좋은 것이구나, 매번 모임을 할 때마다 느낍니다. 좋은 책을 읽었을 때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움이 크다는 것을 늦게 깨달은 것이지요.

 

다른 사람이 발견한 지점을 미처 발견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독서 모임은 보다 입체적으로 책을 보게 합니다. 토론 형식이 아니라 각자 읽은 감상을 말하기 때문에 부담도 없습니다. 그러다 서로 다른 지점이 생기면 그것으로 또 서로의 생각들을 나눕니다.

 

사실 독서 모임은 무엇보다 읽은 책 이야기를 맘껏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습니다. 좋은 책을 읽으면 이 책 좀 읽으라고 누군가에게 권해주고, 그 책 갖고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사실 그럴 사람은 그리 많지 않거든요. 책 수다가 제일 즐거운 일인 것을 저도 독서 모임을 하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하긴 책뿐 아니지요. 영화나 음악, 그림 등 혼자도 좋지만 그것을 누군가와 함께하는 그 수다는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요. 이런 것으로 수다를 떨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면 그 사람이 가장 부자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저는 그런 부자로 살고 싶고요.

 

책 좀 읽는다고 바뀌지 않습니다. 그러나 책 좀 읽다 보면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책은 너무나 다양해 어떤 책이 말을 걸어올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떤 책과는 진하게, 어떤 책과는 가볍게 만나다 보면 어느 날 내 뒤통수를 후려치는 책도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세상에 빠져 있는데 연예인 이야기며 성형 이야기며 맛집 이야기가, 아파트 시세 이야기가 다 부질없게 느껴지지요.

 

물론 책만 읽다 보면 이걸 읽어서 뭐하나, 역시 부질없는 순간도 옵니다. 그럴 때는 안 읽으면 그만입니다. 세상 사람들을 다 만나볼 수 없는 것처럼 책은 너무나 많아 내가 다 읽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쯤 되면 나는 예전과는 다른 내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때는 각자의 때이므로 사실 아무도 모릅니다. 사는 일처럼. 그러다 어느 날 다시 책이 고파지면 쓱 집어 들면 그만입니다. 책은 읽어도 읽어도 결코 마를 일 없는 바다와 같기 때문이지요.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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